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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는 동물, 미국 ‘늑대보호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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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는 동물, 미국 ‘늑대보호소’를 가다

입력
2017.09.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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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늑대는 한 때 가장 번성했던 포유류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북미 대륙은 늑대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하면서 천국은 지옥으로 바뀌었다. 농축산업의 발달로 늑대의 서식지는 농경지나 목초지로 변했고, 늑대의 먹이가 되는 큰 초식동물들도 줄어들었다. 사람과 늑대는 충돌했다. 사람들이 키우는 소를 잡아먹은 늑대는 '악마'의 누명을 쓰고 살해 당했다.

과거와 현재의 회색늑대 분포도를 보면 과거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홈페이지. 미국 시애틀 인근 보호소에서 만난 회색늑대(오른쪽)를 만났다.
과거와 현재의 회색늑대 분포도를 보면 과거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홈페이지. 미국 시애틀 인근 보호소에서 만난 회색늑대(오른쪽)를 만났다.

위의 분포도에서 보다시피 농축산업의 발달로 미국 내에 회색늑대의 서식지가 바뀌면서 늑대의 개체 수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1920년에 늑대들은 거의 사라졌고 사람들은 1970년에 되어서야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회색늑대를 풀어 생태계를 회복한 사례는 성공적이었지만 여전히 늑대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늑대보호소 'Wolf Haven International' 에서 사람들이 늑대와 코요테를 관찰하고 있다.
늑대보호소 'Wolf Haven International' 에서 사람들이 늑대와 코요테를 관찰하고 있다.

미국에 늑대들의 안식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시애틀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찾아갔다. 늑대보호단체 ‘울프 헤이븐 인터내셔널(Wolf Haven International)’은 늑대, 코요테, 개와 늑대에서 태어난 늑대개 등 64마리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고 그 중 멕시코 회색늑대(Canis lupus baileyi)와 붉은늑대(Canis rufus)를 번식해 자연으로 방사하는 멸종위기종 보전기관이다. 늑대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곳의 목표이다.

늑대와 개를 교배시킨 늑대개의 모습이다. 알래스카는 늑대의 나라로 불릴 만큼 이러한 늑대개가 많이 있다.
늑대와 개를 교배시킨 늑대개의 모습이다. 알래스카는 늑대의 나라로 불릴 만큼 이러한 늑대개가 많이 있다.

자원봉사 가이드를 따라 들어가 이곳에 있는 동물들의 사연을 들었다. 첫 번째 동물은 알래스카에서 온 늑대개 '런던'이었다. 런던은 주인이 영화촬영에 쓰려고 데리고 있다가 훈련이 안 된다는 이유로 버렸다. 알래스카는 '늑대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늑대가 많은 곳으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늑대와 개를 교배한 늑대개도 많다. 그러나 늑대와 개는 다르다. 늑대는 두살이 되면 성적으로 성숙해지고 무리를 떠나서 자신의 영역을 만든다. 사람에게 길들여질 수 없는 야생동물이다. 늑대개도 늑대와 마찬가지로 길들여지지 않는다.

본능을 충족시키지 못한 늑대개들은 주위 환경을 어지르고 물건을 파괴하기도 한다. 또한 갑자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버려지는 늑대개들이 늘어나 늑대개의 80%가 안락사 된다고 한다. 늑대개 ‘주노’ 역시 사람에게 길러지다가 공격성 때문에 이곳으로 보내졌다. 사실 여러문제로 미국에서 늑대와 개를 번식시키는 것이 불법인 곳이 많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늑대개를 키우려 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밖에 군대에서 키우던 늑대개 ‘케이티스’, 동물원에서 온 늑대 ‘셸로마’, 계속해서 버려지다 이곳에 온 늑대 ‘셰도우’를 만났다. 설명을 듣고 있던 중, 갑자기 근처에서 기차의 기적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늑대들이 하울링을 시작했다. "아우~울" 길게 뿜어내는 이 소리는 늑대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소통하는 방법이다. 인간이 늑대와 하울링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면 이렇게 늑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좀 더 빨리 알 수 있었을 텐데. 그 옛날, 주변에서 하울링이 점점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안 늑대들은 어땠을까? 수많은 인간이 있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글을 쓰면서 늑대의 절대적 고독을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동물원 큐레이터로 일하고, 오래전부터 꿈꾸던 '전세계 동물 만나기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자연보호구역, 수족관, 농장 등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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