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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특수활동비 관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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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특수활동비 관행인데…

입력
2017.11.02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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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금… 생활비… 유학자금

그동안 사적 유용으로 횡령처벌만

직무관련성 뒷받침 근거 있을 땐

공무원 금품수수 판단 내릴 수도

안봉근(왼쪽)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연합뉴스
안봉근(왼쪽)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연합뉴스

검찰이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한 건 이례적이다. 과거 특수활동비가 논란이 됐을 때 대개 사적으로 유용해 횡령 혐의로 처벌 받거나 질타만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두 사람 체포 직후 “기본적으로 뇌물수사를 하고 있다”라며 “공무원이 금품을 수수해 뇌물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두 전직 비서관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형법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뇌물 혐의가 적용되려면 무엇보다 직무관련성이 우선시된다. 검찰은 국정원 인사, 관리ㆍ감독 등 권한을 갖는 대통령과 관련해,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두 사람이 국정원 보고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전직 비서관이 받은 뒷돈의 사용처와 용도 등이 직무관련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정원과 정치권 등에서는 청와대가 부족한 업무추진비를 보충하기 위해 국정원 돈을 쓴 건 오래된 관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뇌물이 아니라 용도 외로 예산을 사용한 혐의 정도라는 것이다. 특수활동비가 문제가 됐을 경우 대부분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용돼 물의를 빚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그 근거다.

2011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특수활동비에서 200만~3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해 구설에 올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나온 국회대책비(특수활동비)도 활동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밝혔다. 입법 로비 의혹으로 재판을 받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도 특수활동비를 “자녀 유학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내내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맡았던 정상문씨는 2004년 11월~2007년 7월 청와대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6년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일 “오래된 관행이라도 불법은 예나 지금이나 불법”이라며 “부당거래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원 예산은 국정원법에 의해 재정당국 통제 바깥에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해 특수활동비 제도를 손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수증 증빙이 필요 없어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눈먼 돈’ ‘묻지마 예산’ ‘쌈짓돈’인 특수활동비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전면적인 ‘투명화’의 길로 갈지 주목된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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