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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스톡홀름 증후군(8.23)

입력
2017.08.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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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증후군'의 유래가 된 스웨덴 은행강도 사건이 1973년 8월 23일 발생했다. 사진 중앙이 범인 잔 에릭 올손.
'스톡홀름증후군'의 유래가 된 스웨덴 은행강도 사건이 1973년 8월 23일 발생했다. 사진 중앙이 범인 잔 에릭 올손.

1973년 8월 23일, 갓 출옥한 스웨덴의 32세 청년 잔 에릭 올손(Jan-Erik Olsson)이 스톡홀름 중심가 노르말름스토리(Norrmalmstorg) 크레디트반켄(Kreditbanken) 지점을 털었다. 도주에 실패한 그는 직원 등 4명을 인질로 잡고 28일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그 사이 총격으로 경찰 두 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그는 전과자였던 친구 클라크 올로프손(Clark Olofsson)을 자기와 합류시킬 것과 현금 300만 크로너, 두 자루의 창과 방탄조끼, 헬멧, 도주용 차량을 요구했다.

경찰은 요구를 다 들어주는 조건으로 인질의 우선 석방을 요구했지만 범인들로선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올로슨은 당시 수상 올로프 팔메(Olof Plame)와 두 차례 전화 통화까지 했고, 두 번째 전화 땐 인질 중 한 명이던 23세 여성 크리스틴 엔마크(Kristin Enmark)가 수상에게 진압경찰의 강경한 태도에 불만을 터뜨리며 인질들은 안전하게 잘 있다며, 범인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들은 28일 진압됐고, 둘은 체포됐다. 진압 과정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는 없었다.

재판에서 올손은 1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올로프손은 항소심에서 자신은 강도에 가담한 적 없고, 합류한 뒤로도 인질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 받아 형을 면했다. 재판 도중 엔마크 등 인질들은 증언을 통해 올로프손의 저 주장을 편들었고, 올손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증언으로 일관했다. 그들은 범인들이 시종 신사적이었으며, 오히려 경찰의 강경한 태도가 못마땅했다고 주장했다. 올손에게는 여성들의 팬레터가 쇄도했고, 그 중 한 명과 약혼을 하기도 했다.

둘은 이후로도 범죄 행각을 이어갔고, 특히 올손은 출옥 직후 금융 범죄로 약 10년 간 수배생활을 하다 공소시효가 끝난 2006년 자수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자서전 ‘스톡홀름 신드롬’을 썼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인질이 범인과 정서적으로 동조하는 비이성적 심리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저 사건 직후 범죄심리학자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가 처음 썼다. 악당의 작은 호의에 더 크게 감응하는 것으로, 군대나 가정 등에서 빚어지는 구타나 감금 등 폭력범죄에서, 물론 강도(强度)의 차이는 있지만,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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