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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넘었지만… 해안선 5000㎞ 일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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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넘었지만… 해안선 5000㎞ 일주 도전”

입력
2017.03.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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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둥이 72세 강태재씨, 첫 구간 도보로 고성 63㎞ 완주

강태재씨가 17일 자신의 서재에서 지도를 펴놓고 해안선 일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왜 걷냐”는 질문에 그는 “산악인에게 왜 히말라야에 오르냐고 묻는 것과 같은 우문이다”라며 껄껄 웃었다. 한덕동 기자
강태재씨가 17일 자신의 서재에서 지도를 펴놓고 해안선 일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왜 걷냐”는 질문에 그는 “산악인에게 왜 히말라야에 오르냐고 묻는 것과 같은 우문이다”라며 껄껄 웃었다. 한덕동 기자

“걸으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볼 수 있죠. 아름다운 우리 강토의 둘레를 걸으며 다른 이의 삶도 만나고 지나온 저의 인생도 반추해보고 싶습니다”

걸음으로 해안선 일주 도전에 나선 강태재(72)씨. 그는 지난 1일 동해 최북단의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5일까지 고성군 해안선 63㎞를 걸었다. 대중교통으로 충북 청주 집에서 고성까지 오간 시간을 빼면, 만 4일 동안 하루 평균 15㎞이상을 걸은 셈이다. 그는 “무거운 배낭 때문에 3일째 되는 날엔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다 마치고 나니 오히려 몸이 개운해졌다”며 웃었다.

고성은 그가 목표한 우리나라 해안선 일주의 첫 구간이다. 강씨는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쭉 내려간 뒤 남해안을 거쳐 서해안으로 올라가 휴전선 아래 강화도까지 걸을 계획이다. 바다를 끼고 도는 해안선은 대략 5,000㎞로 전국 60개 시군구에 걸쳐 있다. 그는 한 달에 두 차례 걷기에 나설 참이다. 1주일 단위로 한 번에 4~5일 정도 바닷가를 걷고 집으로 돌아와 에너지를 충전한 뒤 다시 출발하는 방식이다.

고성 통일전망대 출발 전 모습. 강태재씨 제공
고성 통일전망대 출발 전 모습. 강태재씨 제공

해방둥이 강씨가 걷기 마니아가 된 지는 채 5년이 안 된다. 유난히도 무덥던 2012년 여름, 그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후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철봉에서 떨어진 이후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밖에 몰랐다”던 그에게 60대 후반에 접한 걷기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시간만 나면 걷고 또 걸었다. 걷기 동아리에 들어가 청주800리길 등 충북도내 전역을 두 다리로 누비고 다녔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역사읽기 모임’동호인들과 함께 2년여 간 전국의 당간과 읍성을 빼놓지 않고 답사했다. 지난해엔 산이나 명승지, 문화재를 답사하며 느낀 점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그는 “그 동안 걸은 깜냥으로 한반도 둘레를 돌아보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우고 연초부터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가족과 지인들은 “무모하다”고 말렸단다. 하지만 그는 “지금이 아니면 도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3.1절을 맞아 첫 출발지 고성으로 훌쩍 떠났다.

고성군 전 구간 도보를 마치고 막 속초시로 접어들면서 찍은 모습. 강태재씨 제공.
고성군 전 구간 도보를 마치고 막 속초시로 접어들면서 찍은 모습. 강태재씨 제공.

애초 강씨는 좀 무리가 따르더라도 한 달에 3차례 이상 걷기를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맡은 일이 많아 도전 일정을 월 2회로 줄였다. 지역에서 그는 시민운동의 대부로 통한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충북참여연대 상임고문과 충북시민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달 출범한 ‘충북국토균형발전 및 지방분권협의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위원장에 추대됐다.

강씨는 해안선 일주 전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남길 작정이다. 그는 “출발지 고성에서 폐허처럼 변한 어촌 마을을 목도하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길에서 만난 사람과 지역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는 일단 해안선 일주를 마친 뒤 여력이 있으면 휴전선 걷기에도 도전해 볼 참이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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