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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내레이션'의 기준은? "인기보다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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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내레이션'의 기준은? "인기보다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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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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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춘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박수홍이 SBS스페셜에서 갱년기를 겪는 중년 세대의 고민을 대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갱춘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박수홍이 SBS스페셜에서 갱년기를 겪는 중년 세대의 고민을 대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1일 방영된 SBS스페셜 ‘중년의 사생활, 갱년기’ 편은 방송인 박수홍의 목소리로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40~50대의 고민을 전달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열이 오르고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어 사춘기 자녀들과 갈등을 빚는 등 신체적 심리적 변화로 힘들어하는 47세 동갑내기 정은영ㆍ송무석씨 부부와 그 동년배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박수홍은 요즘 눈물이 많아져서 드라마를 보거나 설거지를 하면서 종종 훌쩍거린다는 송씨의 얘기를 전하고는,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나도 그래요”라면서 맞장구를 쳤다. 박수홍이기에 할 수 있는 공감의 표현이었다. 다소 심각한 주제였지만 박수홍의 내레이션 덕분에 엄숙하거나 부담스럽게 다가오진 않았다.

박수홍도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요새 부쩍 눈물이 많아지고 말도 많아졌다”며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젊은이들 틈에 섞여 클럽 나들이를 즐기는 등 사춘기 같은 열정을 보여줘 ‘갱춘기’(갱년기+사춘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이날 SBS스페셜은 박수홍의 실제 캐릭터를 프로그램 안에 녹여내며 마치 박수홍이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듯한 구성을 취해 더 눈길을 끌었다. SBS스페셜의 박상욱 CP(총괄 프로듀서)는 “박수홍이 출연자 부부와 동갑내기인 데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라서 내레이션에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실렸다”며 “덕분에 한층 실감나게 주제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일과 11일에 이어 19일 3회 방영을 앞둔 MBC다큐스페셜 ‘미래인간 AI’에선 배우 김명민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단순히 목소리만 출연하지 않고 ‘프리젠터’로서 직접 화면 안에 등장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바꿀 미래 사회 모습을 주제로 다룬 이 프로그램에서 김명민은 현대인과 미래인간으로 분해 1인 2역 연기도 했다. 이를 위해 기계인간 특수분장까지 소화했다. 영화와 드라마 안에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돼버리는 김명민의 연기 스타일 때문에 그의 캐릭터 도전사의 확장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시청자들 사이엔 “김명민이 나오니까 꼭 본방사수 하겠다”(happ****)는 반응도 많았다. 연출자 이동희 PD는 “기계인간 특수분장을 흔쾌히 받아들여줄 만한 배우가 누구일까 고민했다”며 “김명민이 매 작품마다 도전하는 배우였고 호기심도 많아 보여 출연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MBC 다큐스페셜 ‘미래인간 AI’에서 김명민은 기계인간 특수분장(오른쪽)까지 소화했다. MBC 제공
MBC 다큐스페셜 ‘미래인간 AI’에서 김명민은 기계인간 특수분장(오른쪽)까지 소화했다. MBC 제공

다큐멘터리의 스타 내레이션 활용은 이제 일상화됐지만, 인지도와 인기가 있다고 해서 아무나 내레이션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박수홍과 김명민처럼 내레이터의 캐릭터와 개인적 관심사가 다큐멘터리의 주제와 부합해야 전달력이 높아진다. 안성기(MBC ‘북극의 눈물’)와 현빈(MBC ‘아프리카의 눈물’), 김남길(MBC ‘아마존의 눈물’), 고현정(SBS ‘최후의 툰드라’) 등 과거엔 인기 스타들이 내레이션에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되고 프로그램까지 관심을 끌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도전자가 많아지면서 마케팅 효과가 떨어진 이유가 크지만 인기가 오롯이 전달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송가가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프로그램 관계자는 “예전에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다룬 한 다큐멘터리에서 화려하고 부유한 이미지의 인기 스타가 내레이션을 맡아 오히려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상욱 CP도 “스타들의 친숙한 목소리는 프로그램의 주제를 편안하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프리젠터의 경우 메시지 전달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단순 내레이션보다 한층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들은 개인적 관심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내레이션에 호의적이다. 배우 류준열은 10일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기후변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인가’에서 내레이션을 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촬영차 아프리카에 다녀온 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환경 비정부기구(NGO) 후원과 환경 보호 칼럼 게재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선행스타로 손꼽히는 배우 송혜교도 지난 5월 방영된 KBS 특집다큐 ‘5월, 아이들’의 내레이션을 하고 출연료를 기부했다. 공익프로그램인 MBC ‘나누면 행복’에는 배우 문채원과 한고은 이종혁 정혜영 손은서 예지원 등 많은 스타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나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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