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우리 너머로 마주보기… 잃어버린 본성을 찾아서

입력
2016.04.15 14:01
0 0

서로를 보다

윤여림 글ㆍ이유정 그림

낮은산 발행ㆍ52쪽ㆍ1만2,000원

‘사람: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표준국어대사전). 그 동물이 동물원을 짓고 우리 안에 다른 동물들을 가둔다. 이 그림책은 가둔 동물과 갇힌 동물들이 울타리 너머로 나누는 대화다.

바람처럼 들판을 달리는 치타와의 대화, “네가 젖먹이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며?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 수 있다니, 멋지다.” “글쎄, 난 잘 모르겠어. 그렇게 빨리 달려 보지 못했거든.”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홍학과의 대화, “너는 먹이를 찾아 한 번에 몇 킬로미터씩 날아가는구나.” “여기서는 먹이를 찾아 다닐 필요가 없어. 그래도 가끔 날고 싶긴 해.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날 수 없지만.” 긴팔원숭이, 돌고래, 북극곰, 올빼미, 산양…콘도르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저마다의 본성은 숲을 누비고, 바다를 헤엄치고, 얼음 들판 위를 떠돌고, 어둠 사이로 사냥을 하고, 바위산을 뛰어다니고, 해처럼 높이 떠오르는 동물들이다. 그러나 우리 안에서는 그럴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럴 의욕도 없으며, 심지어 스스로가 그런 동물이라는 사실조차 잊었다.

어색한 대화의 끝에, 갇힌 동물들이 가둔 동물에게 말한다.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자유로운 동물, 사람은 대답이 없다. 동물과 사람이 서로를 본다. 우리 안에서, 우리 밖에서. 침묵이 흐른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본성을 잃어 저답게 살지 못한다. 왜 그래야 할까, 그건 옳은 것일까? 질문을 던지고 그림책은 끝났다.

동물에게 자유를 앗아간 사람은 자유로울까? 동물과 사람이 서로를 본다. 낮은산 제공
동물에게 자유를 앗아간 사람은 자유로울까? 동물과 사람이 서로를 본다. 낮은산 제공

그러나 정말 끝난 것일까? 또 다른 질문이 고개를 든다. 그렇다면 가둔 동물, 사람은 정말 자유로울까? 본성대로 살고 있는 걸까? 아이들은 아이답게 놀고 있는가? 청소년은 자유로이 꿈꾸고 있는가? 청년들은 그 꿈을 펼칠 수 있는가? 어미아비들은 즐겁게 일하고 제 가족과 평온한 저녁을 보낼 수 있는가? 부당하게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온당히 그것을 되찾을 수 있는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로 4월의 바다에 가족을 묻은 이들은, 진실과 시비를 밝혀 분노와 원한을 풀 당연한 권리를 누리고 있는가? 질문의 답을 찾다 다시 질문을 만난다. 사람들 사이에도 우리가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 그 보이지 않는 우리에 다른 이들을 가두어, 본성대로 살 자유와 권리를 빼앗은 건 아닐까?

우리를 걷어치우는 일은 사람과 다른 동물 사이의 과제만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보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똑바로, 진지하게 서로를 바라보기. 그것이 사람 사이의 우리를 허물고 우리가 잃어버린 본성을 되찾는 시작이다. 우리 안에서, 우리 밖에서. 이제 침묵을 깨야 한다. 그러지 않으려는 자, 누구인가?

김장성 그림책 작가ㆍ출판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