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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화론ㆍ미국 제재론 ‘두 바퀴’… 시동 걸린 한반도 운전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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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화론ㆍ미국 제재론 ‘두 바퀴’… 시동 걸린 한반도 운전자론

입력
2018.01.05 17:4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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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도 “사실상의 쌍중단” 평가

‘운전’ 위해선 한미공조 필수 불구

“최대 압박ㆍ과거 실수 반복 말자”

트럼프와 통화 내용 靑 발표선 빠져

한미, 남북회담 놓고 온도차 드러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내달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와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 재개 등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한반도 정세가 새해 들어 불과 5일 만에 관계 개선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화를 명분으로 한미 군사훈련 축소나 국제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며 한미공조의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해 한반도 운전자론이 본 궤도에 오르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지난 4일 밤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가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을 넓혀 준 것으로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제안을 수용했고, 남북대화 노력 등에도 지지를 표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이 합의하자 북한은 하루 만에 당국자 회담 제안 수용으로 화답했다. 이날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수석대표가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사실상의 '쌍잠정'(雙暫停ㆍ한미 훈련과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의 중국식 표현)"이라고 평가한 것도 한반도 운전자론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에도 해빙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며 “평창 올림픽이란 한시적 조건이 있지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한반도 주변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반도 정세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평화 올림픽 효과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이동하면 미국의 우려 대상인 북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북미대화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창 올림픽 기간 중국의 쌍중단 요구가 자연스럽게 이행되는 모양새여서 북핵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운전석을 확보하기 위해선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필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대북관계에 있어 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는 고강도 압박ㆍ제재 기조를 고수하는 모양새다. 백악관이 전날 양국 정상 간 전화통화와 관련해 “양 정상은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는 것과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에 뜻을 같이 했다”고 발표한 것이 단적인 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된 배경이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전날 밤 청와대 발표에서는 빠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대의 압박’ ‘과거의 실수’ 등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우리도 다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양국이 제각기 다른 발표를 하자 남북 회담에 대한 온도차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급속한 남북대화 기류와 고위급 당국회담 의제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과 오랜 좋은 관계 속에서 대화하고 있다. 한국이 프리랜서로(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회담은 올림픽과 일부 남북 내부의 현안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의제가 한미공조 없이 확대되는 데 대한 거부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날 고위급 당국회담과 관련해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게 최우선이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대화 여부는 열려있지만 어떻게 진행될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도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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