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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완소’ 경의선 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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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완소’ 경의선 책거리

입력
2016.1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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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숲길 홍대입구역 구간에 책거리 개장

재미난 책 전시에 요일별 테마프로그램도

남모르게 간직하고픈 ‘완전 소중한’ 거리

경의선 책거리 초입
경의선 책거리 초입

지난달 28일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 ‘경의선 책거리’가 개장했다. 총 길이 약 250m 구간으로, 홍대입구역을 사이에 두고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경의선 숲길 연남동 구간과 맞닿아 있다.

과거 경의선 노선을 활용한 숲길답게 열차 모양의 부스가 곳곳에 늘어섰다. 부스는 운영사무국 건물 2층에 위치한 강연 공간 ‘공간산책’을 포함하여 총 10개. ‘여행산책’, ‘예술산책’, ‘인문산책’ 등 6개의 부스는 출판사가 각각의 도서를 진열, 판매하는 용도로 활용 중이며, ‘문화산책’, ‘미래산책’ 등의 부스는 전시나 강연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이다.

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부스 외관
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부스 외관

춥지만 맑았던 화요일 이른 오후, 아직 입소문을 타지 않아서인지 한적하다. 각 부스엔 출판사 직원과 2~3명의 시민들이 있을 뿐이었다.

목동에서 산책 나왔다는 한 50대 여성은 책거리에 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고, 단지 경의선 숲길이 잘 조성돼 있다 하여 나왔다가 이 곳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지금처럼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벌써 그렇게 됐나?” 얼마나 있었냐는 물음에 그 여성이 10분쯤 있었다고 답하자, 동행자 한 명이 30분이 지났다고 말을 고친다. 책을 펼쳤을 때 입체감이 살아나는 ‘3D북’을 보느라 신기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여유롭게 책을 뒤적거릴 수 있는 부스 내부
여유롭게 책을 뒤적거릴 수 있는 부스 내부
어린이를 위한 ‘메이킹북’으로 유명한 폴 존슨의 도서
어린이를 위한 ‘메이킹북’으로 유명한 폴 존슨의 도서
여행산책 부스의 테이블
여행산책 부스의 테이블
따뜻한 커피도 함께
따뜻한 커피도 함께

각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에 따라 정확히 10%의 할인 가격에 책을 판매하고 있다. 꼭 구입하지 않아도 좋다. 부스마다 소규모의 좌석이 마련돼 있어 짧게 독서하기에도 좋다. ‘문학동네’나 ‘한울출판’ 등의 대형 유명 출판사부터 여행도서를 다루는 ‘상상출판’, 아트북을 유통하는 ‘디자인북 홍익도서’, 아동도서 ‘보리출판’과 같이 특정 콘셉트의 출판사, 그리고 ‘리수’를 비롯한 소규모 출판사들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 부스에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짧은 구간이지만 알차게 디자인했다. 끊어진 철길과 함께 열차 승강장과 역 안내 표지판을 배치했다. 따뜻한 날이면 널찍한 나무계단에 앉아 쉴 수 있으며, 버스킹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의선 숲길의 일부 구간이니 가로수와 잔디, 걷기 편한 산책로는 기본이다.

철길을 활용한 거리 디자인
철길을 활용한 거리 디자인
홍대의 새로운 쉼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나무 계단
홍대의 새로운 쉼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나무 계단
전동휠, 인라인 스케이트, 유모차도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잘 포장된 산책로
전동휠, 인라인 스케이트, 유모차도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잘 포장된 산책로

미국 출신 연세대 유학생 Artem Koker(21)은 원래부터 이 구간을 좋아해 자주 산책한다. 주변의 오래된 주택가와 한적한 숲길이 어울려 영화 ‘Spirited Away’(한국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가 떠오른다고 한다. 뮤직 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인데, 향수를 자극하는 이 거리에서 최근 녹음한 음악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강연이나 저자와의 만남 같은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된다. 월요일은 책거리 전체가 휴관, 화요일은 인문산책데이, 수요일은 예술산책데이 등 각 요일 별로 테마가 있다. 평일 오후 프로그램엔 참여자가 많지 않아 보였지만, 개장 행사 때는 8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참가비는 대체로 무료이며, 프로그램 일정은 경의선 책거리 카페(http://cafe.naver.com/gbookstre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간산책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준비 모습
공간산책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준비 모습

책거리는 한국출판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거리를 조성한 마포구로부터 운영권을 받아 2019년 7월까지 책거리로 운영될 예정이다. 홍대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쇄 출판업계가 모여있어 이 곳을 활용하게 됐다. 협동조합 문화사업팀 유경식씨는 요즘 쉽지 않은 출판업이, 유흥과 휴식의 공간이 공존하는 홍대 거리에서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직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가 더 많은 경의선 책거리, 이 거리가 디지털미디어시티나 ‘연트럴파크’,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처럼 또 하나의 마포구 히트작품으로 남을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려 한다.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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