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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도 감당 쉽잖다 ... 엇나가는 뉴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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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도 감당 쉽잖다 ... 엇나가는 뉴스테이

입력
2015.07.2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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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5억 넘는가 하면 월세가 100만원 웃돌기도

정부, 사업성 낙관한 게 큰 원인

건설사 지원 관련법 개정돼도 당분간 고가 임대료 지속될 듯

임대료의-뉴스테이-사례/2015-07-22(한국일보)
임대료의-뉴스테이-사례/2015-07-22(한국일보)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돕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올초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중산층이 적정 수준으로 관리되는 임대료를 납부하며 희망할 경우 8년 동안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놓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임대주택 사업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여.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뉴스테이는 당초 취지와 갈수록 엇나가는 모습이다. 보증금이 5억원이 넘는가 하면, 월세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곳도 적지 않다. “중산층이라해도 감당이 가능하겠느냐”는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그간 주로 저소득층 위주로 공급하던 임대주택을 민간 건설사의 시장진입을 유도해 중산층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정부의 뉴스테이 도입이 높은 임대료로 오히려 임차인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림산업이 오는 11월 위례신도시에서 선보일 뉴스테이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다. 전용면적 84㎡인 이곳의 임대보증금은 무려 5억원, 여기에 임대료도 월 44만원으로 책정이 됐다. 현재 위례신도시의 일반아파트 분양가는 3.3㎡ 당 1,700만~1,800만원. 보통 테라스하우스가 일반아파트보다 10~20%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테라스를 갖춘 이 아파트의 주변 분양가는 2,000만원 내외로 예상된다. 전용면적 84㎡에 각종 공용면적(계단 주차장 등)을 더한 실제 분양가는 약 7억원 전후. 예상 분양가와 임대보증금 차이(2억원)를 연 이자 3%로 대출받을 경우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50만원 수준으로 월 임대료와 크게 차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임대료가 주변 분양가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대림과 또 다른 사업 참여자인 주택도시보증공사 간에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주택임대관리회사 ‘HTH’가 설립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주도로 지난달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부지에 착공한 대림동 뉴스테이는 4가지 전용면적(29ㆍ35ㆍ37ㆍ44㎡) 중 상위 3개의 월세가 각각 100만, 106만, 110만원이다. 도로공단 이전부지에 들어서는 신당동 뉴스테이 역시 전용면적 59㎡의 임대료가 월 100만원(보증금 1억원)이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자녀 교육비, 노후연금 지출 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충분치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준의 월세를 감당할 만한 가정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솟는 임대료의 주된 원인은 정부가 사업성을 낙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국유지나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으로 남은 부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 토지 등 가용 택지를 모두 동원하고 각종 세제ㆍ기금 혜택 등을 주기로 한 만큼, 사업 수익률이 연 5% 이상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분양 후 입주까지 2~3년 이면 자금회수가 가능한 일반 분양과 달리 최소 8년 이상을 기다려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그 동안 쌓아온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가 임대주택 사업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업체들의 관심이 기본적으로 낮았다. 게다가 세제ㆍ기금 혜택의 경우, 관련법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어 사업 초기인 현 시점에서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임대료가 높게 책정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관련법이 통과되더라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테이사업 촉진을 위한 각종 금리인하 및 세제지원 안이 담긴 ‘임대주택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이르면 이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상황인데, 그간 건설사에 대한 특혜 논란을 겪으면서 혜택의 일부가 여야 합의 과정에서 축소됐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거두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지역에 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환수 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고 용적률ㆍ건폐율을 법적 상한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뉴스테이 촉진지구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수정했다.

특혜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조치이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뉴스테이의 고가 임대료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애당초 정부가 설계를 잘못 했다는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관련법이 통과되더라도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성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며 “당연히 고가의 보증금 및 임대료 현상 역시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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