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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름 산ㆍ평원이 빚은 목가적 서정… 그림이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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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름 산ㆍ평원이 빚은 목가적 서정… 그림이다! 그림!

입력
2016.08.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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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알프스와 같은 목가적인 서정을 지닌 일본 알프스의 다테야마 무로도 평원. 안개에 가려진 산자락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유럽의 알프스와 같은 목가적인 서정을 지닌 일본 알프스의 다테야마 무로도 평원. 안개에 가려진 산자락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일본 알프스’란 게 있다. 일본의 중부 지역에 걸쳐져 있는 거대한 산군이다. 히다 산맥과 기소 산맥, 아카이시 산맥 등이 그 산줄기들이다. 기후 도야마 나가노 야마나시 시즈오카 현 등 넓은 지역에 걸쳐 2,000~3,000m 급 고봉들이 장엄하게 늘어선 ‘일본의 지붕’이다. 19세기 영국인들이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고 붙인 이름이 지금껏 이어져 내려온다.

알프스만큼 아름다운 풍경에 많은 이들이 찾고 거대한 산자락이다 보니 코스도 다양하다. 그 중 재미나고 이름 난 곳이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다. 총연장 88㎞가 넘는 특별한 여행길이다. 가장 특이한 것은 이 코스를 잇는 다양한 탈것이다. 케이블카 고원버스 로프웨이 트롤리버스 등 산에서 이용가능한 대중교통은 죄다 모아놓은 것 같다. 등산복이나 등산화 없이 거대한 산악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여정이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정점인 무로도 평원의 산책로.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정점인 무로도 평원의 산책로.
알펜루트 시작점인 다테야마역.
알펜루트 시작점인 다테야마역.
다테야마역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
다테야마역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

알펜루트의 시작점은 도야마현의 다테야마역(해발 475m)이다. 도야마시에서 열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이 역사의 위층에서 쇠줄로 끌어올리는 산악철도인 케이블카가 연결된다. 45도 정도 기울어진 객차는 그 각도 그대로 산의 경사를 타고 오른다. 이 덕에 비조다이라역 (977m)까지 500m 높이를 손쉽게 오를 수 있다.

고원버스가 지나는 도로.
고원버스가 지나는 도로.

이제부턴 고원버스다. 버스는 거대한 삼나무숲을 지나고 아름다운 폭포를 구경하며 휘휘 산길을 오른다. 표고가 높아지며 주변의 풍경도 달라진다. 숲 속을 지나던 버스는 어느 새 덤불만 무성한 고원의 평원을 내달린다. 웅장한 자태의 고봉들이 본격 산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평원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창밖의 풍경 때문에 50분 간의 버스 여행이 지루하지 않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알펜루트의 정점이자 하이라이트인 무로도(2,450m). 다테야마봉(3,015m) 바로 아래에 자리했다. 마치 고산 등반 직전 설치되는 베이스캠프와 같은 분위기다. 무로도 승차장 바로 아래의 도로 일부는 ‘눈의 대계곡’이라 불리는 구간이다. 한번 눈이 오면 2m씩 쌓이는 곳인데 겨울에 버스가 다닐 수 있게 제설을 하다 보면 도로 옆에 20m 가까운 높이의 설벽이 만들어져서 붙은 이름이다. 한여름인데도 무로도의 날씨는 서늘했고 응달 진 골짜기엔 집채만한 눈덩이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무로도 평원 산책길.
무로도 평원 산책길.

알펜루트를 찾은 이들은 무로도 평원을 거닐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제법 큰 규모의 화구호를 끼고 고원의 키 작은 풀들과 꽃들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봄 까지도 흰 눈이 덮었던 벌판이다. 이곳에서 여름은 유난히 짧아 더 절실한 계절이다. 초록이 돋으며 바로 꽃을 피우고 결실을 재촉한다. 스위스 알프스 못지않은 고원의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뇌조.
뇌조.
0북방족제비 오코조.
0북방족제비 오코조.

산책로 한쪽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다테야마의 진객인 뇌조가 모습을 드러낸 것. 높은 산에만 사는 뇌조는 ‘신의 심부름꾼’으로 귀히 여겨지는 새다. 사람들에 둘러싸였음에도 뇌조는 눈만 끔뻑일 뿐 불안해하지도 도망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신의 심부름꾼다운 당당함이다.

화구호를 둘러보다 또 다른 귀한 동물을 만났다. 일본어로 오코조라 하는 북방족제비다. 다람쥐 정도 크기인데 몸매가 날씬하고 눈이 유독 맑았다. 한참을 재바른 몸짓으로 두리번거리던 오코조는 수풀 사이를 오가며 숨바꼭질을 했다. 잠깐의 시간 그 앙증맞은 표정과 몸짓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트롤리 버스.
트롤리 버스.
로프웨이.
로프웨이.
케이블카.
케이블카.

무로도 트레킹을 마친 후 이번엔 다테야마 봉우리 밑을 가로지르는 터널로 트롤리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영락없는 버스 모양인데 위에 전차처럼 전기가 연결돼 있다. 트롤리 버스에서 내린 다이칸보(2,116m)에선 곤돌라 로프웨이를 타고 구로베 다이라(1,828m)까지 하강하고, 또 산악철도인 케이블카를 갈아탄 뒤엔 구로베댐(1,470m) 까지 내려간다.

구로베댐의 관광방류.
구로베댐의 관광방류.

이제부턴 댐 구경이다. 일본에서 댐의 높이(186m)가 제일 높은 아치 모양의 댐이다. 2차대전 직후 경제부흥에 나선 일본이 시급한 전력 확보를 위해 지은 댐. 1956년 착공해 7년간의 대공사로 1963년 완공됐다. 총 513억엔이 투입됐고 연인원 1,000만명이 동원됐으며 171명의 인부가 공사 중 목숨을 잃었다.

구로베댐의 풍경이 다른 댐들과 다른 건 6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는 항상 방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사실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댐의 방류를 보기는 쉽지 않다. 이 댐은 관광방류란 이름으로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는데, 실제 물이 아닌 물안개를 뿜는 것이라 한다.

하쿠바 스키장의 고생식물원.
하쿠바 스키장의 고생식물원.

구로베댐 이후 이어지는 교통수단은 오기사와까지 긴 간덴터널을 통과해 가는 트롤리 버스다. 오기사와부터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현이다. 올림픽 당시 스키 활강경기가 열렸던 하쿠바 스키장이 지척이다. 이 리조트의 슬로프는 여름에 고산식물과 야생화가 자라는 고생식물원으로 변신한다.

다테야마=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도야마현ㆍ기후현 관광 문의 ㈜ICC (02)73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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