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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통증 없었는데…" 방심하다 심근경색 '골든타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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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통증 없었는데…" 방심하다 심근경색 '골든타임' 놓친다

입력
2015.05.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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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당뇨환자나 여성일수록

목·팔 아프거나 속 더부룩할 때

심장 의심 않고 치료시기 놓쳐

'가슴통증=심장병' 잘못된 상식

근육통·늑막염 등 증상일 수도

'돌연사의 주범'인 급성 심근경색은 '뻐근하다', '체한 것처럼 답답하다',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다'는 등의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25%나 된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돌연사의 주범'인 급성 심근경색은 '뻐근하다', '체한 것처럼 답답하다',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다'는 등의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25%나 된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얼마 전 새벽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50대 남성이 119 구급차로 실려왔다. 목이 답답하고, 약간의 어지럼증 때문이었다. 이 중년 남성은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던 도중 갑자기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의식을 잃었다. ‘급성 심근경색’이 온 것이다. 그런데 급성 심근경색이 올 당시에 특별히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돌연사의 주범’인 급성 심근경색 등 심장병이 생기면 당연히 가슴이 아플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치명적인 급성 심근경색인데도 불구하고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소화불량이나 귓병 등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잘못 알아 엉뚱한 치료로 시간을 끌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급성 심장병 25%는 가슴 통증 없어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심장이 멎어 병원 응급실에 후송되기 전에 30%, 응급실 도작 직후 10% 정도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따라서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5분 이내 심장마사지 등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관상동맥이 예기치 않게 막히는 것은 죽상(粥狀) 동맥경화가 주 원인이다. 죽상 동맥경화는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 침착 등의 이유로 죽처럼 묽은 ‘죽종’이 생기는 증상이다. 동맥경화는 혈관의 노화 외에도 고혈압, 고지혈증, 동물성 지방 위주의 식습관, 흡연 등에 의해 생긴다.

그런데 이런 급성 심근경색 환자 가운데 ‘뻐근하다’, ‘체한 것처럼 답답하다’,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다’ 는 등의 전형적인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4명 중 1명꼴이나 된다.

김경수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대개 목 부위가 답답하고 팔(특히 왼쪽 팔)이 아프거나 속이 더부룩하다는 이유로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을 전전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은 특히 나이가 많거나 당뇨병 환자일수록, 또 여성일수록 더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뼈 뒤, 양쪽 가슴, 명치와 복부 위쪽 등에서 심하게 죄는 듯한 느낌이나 바스러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 어깨, 양쪽 팔 위쪽, 목, 어깨뼈 사이로 퍼지는 것이다. 통증은 짧게는 30분에서 1~3시간 동안, 길게는 1~3일 정도 지속된다.

4~6시간 내 응급처치가 중요

심근경색을 치료하려면 막힌 관상동맥을 다시 뚫어 괴사 위기에 처한 심장근육에 빨리 피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심근경색 악화를 막고 심장기능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상동맥에 피가 제대로 흐르게 하는 일이 늦어질수록 심장근육은 점점 더 회복불능 상태가 된다. 치명적인 심근경색에서 벗어나 정상 생활로 돌아가려면 골든타임인 5분 이내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또한 발병 후 4~6시간 이내 막힌 혈류를 뚫어야 한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을 낮추려면 핏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술ㆍ담배를 삼가야 한다”고 했다. 물론 비만, 고혈압, 당뇨 등 혈관의 노화와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대사증후군도 피해야 한다.

올바른 식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염분 섭취를 제한하고,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 대신 식물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역류성 식도염ㆍ신경병도 가슴 통증 유발

가슴 통증은 심장질환 외의 원인도 적지 않다. 식도성 흉통, 신경성 흉통, 근육통, 늑막염, 기흉 등 다양하다. 잠을 잔 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명치 부위가 쓰리고 아픈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대부분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해 염증을 일으키는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것일 수 있다.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평소 소화 장애, 속 쓰림이나 신트림이 있고, 몸을 앞으로 구부릴 때나 누웠을 때 주로 아프다면 식도 쪽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늑골과 흉곽의 근육 이상으로 발생하는 가슴 통증(근육통)도 비교적 흔한 비(非)심장성 가슴 통증 가운데 하나다. 협심증에 의한 가슴 통증이 정확히 아픈 곳을 콕 찍기가 힘든 ‘전반적 가슴 통증’인데 반해 근육통은 특정 부위가 집중적으로 아프다. 특히 그 부위를 손으로 눌러봤을 때 압통을 느끼거나 상체를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심해진다면 단순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다.

대상포진을 앓은 뒤 가슴에 나타나는 신경통도 있다. 이 때는 띠 모양의 홍반이 피부에 나타나 옷깃에 스치기만 해도 매우 아프다.

늑막염이나 폐렴 증상으로, 간혹 폐기흉이나 폐동맥색전증, 대동맥박리증, 대상포진, 가슴타박상 등의 한 증상으로 가슴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예컨대 숨을 깊이 들이쉬거나 기침, 재채기를 할 때 옆구리와 가슴 뒤쪽이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플 때가 있다. 이것은 늑막염 때의 아픔이다. 식도의 연동운동 장애로 인한 가슴 통증도 증상이 협심증과 비슷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질환은 그렇게 흔한 병이 아니다.

마음의 병으로 가슴이 아플 수도 있다. 이 경우 기분이 좋을 때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보통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나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할 때 가슴 통증이 생긴다. 아픈 부위도 일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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