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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아나키스트] 광역단체는 신재생 계획 봇물, 기초단체는 인허가 복잡 ‘엇박자’

입력
2017.11.25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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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받아 태양광 설치 후

장기적 운영관리는 방치 수준

시민들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금융상품 개발 등 고려해야

제주 서귀포 가시리목장에는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서귀포=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제주 서귀포 가시리목장에는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서귀포=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탈원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중요한 축이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엇박자가 심해 장애가 되고 있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쉽게 신재생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최근 광역단체장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21일 2022년까지 360만 가구 중 100만 가구에 태양광을 설치(551메가와트(MW))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2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을 20%, 전력 자립도를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부산시와 대구시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각각 30%, 20%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충남도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35% 감축, 제주도는 2030년까지 에너지 자립 100%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을 뒷받침해야 할 인허가 절차는 복잡하기 짝이 없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발전 용량에 따라 인허가 주체가 정부(3㎿ 이상), 광역자치단체장(1㎿ 이상~3㎿ 미만), 기초자치단체장(1㎿ 미만)으로 나뉘어 있고, 이와 별개로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의 개발 행위 허가를 또 받아야 한다. 기초단체마다 허가 잣대도 제각각이다. 보통 ‘도로에서 일정 거리 내 입지 불가’ ‘주거밀집지역 및 자연취락지구에서 일정 거리 내 입지 불가’ ‘관광지, 자연문화유산, 자연보호구역에 입지 불가’ 등의 조건이 있지만 어디는 100m 이내, 어디는 100~200m 이내, 500m 이내로 천차만별이다. 업계에선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태양광, 풍력 할 곳이 어디 있기나 하겠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환경에 안 좋고 외지인만 돈 번다는 편견 때문에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고조되자 기초단체장들이 재생에너지 개발행위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분위기도 있다.

광역단체들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지나치게 보조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조금 지원을 받아 가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잇고 있는 반면 장기적 운영 관리는 방치 수준이다. 김소영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 대표는 “지자체가 태양광 설치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업체는 설치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 설치 뒤 관리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고 5년 정도 지나면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할 때가 있는데, 시민들이 노후한 장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태양광은 흉물로 전락하고 만다.

일부에서는 에너지 절약ㆍ전환에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는 시민에게, 또는 이런 목표의식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보조금 지원정책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무작위로 보조금을 나눠주는 대신 일정 기간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해 평균보다 덜 쓰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해 예산 낭비를 막고 보조금 지원효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가 태양광 발전을 위한 클라우딩 펀드가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가 태양광 발전을 위한 클라우딩 펀드가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금융상품 개발도 고려할 만하다. 최근 에너지 전문 클라우드펀딩 플랫폼 회사인 루트에너지가 서울 양천구(95.85㎾)와 경기 포천(99.75㎾)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기 위해 시민참여형 펀드(1인 당 최대 500만원 투자)를 만들었는데, 1억8,000만원과 1억7,000만원을 모으는데 각각 55분, 6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태양광 발전 시장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방법을 몰랐던 시민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우대 금리를 적용해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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