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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방 등 전전 청년 주거빈곤층 140만명… “한지붕 함께살기가 돌파구”

입력
2015.10.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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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국 & 한국인] 셰어하우스 열풍 일으킨 20대 청년 김정현씨

카페 같은 셰어하우스에 청년들 월 35만원만 내고 거주

청년빈곤층, 금 수저 문 이들과 삶의 질 비슷하게 해주고 싶어

청년들 사이에서 셰어하우스 열풍을 일으킨 김정현 대표가 셰어하우스 인테리어를 소개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청년들 사이에서 셰어하우스 열풍을 일으킨 김정현 대표가 셰어하우스 인테리어를 소개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음습한 지하방, 창문 없는 고시원, 비좁은 옥탑방 등에서 사는 청년 빈곤층이 현재 139만명(민주정책연구원)이다. 그러니까 청년층 전체의 14.7%가 이렇게 질 낮은 주거공간에 매일 몸을 누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택정책이 주로 부부 위주, 가정 중심으로만 만들어지다 보니 청년들은 소외되기가 쉽다. 이런 와중에 ‘함께 살기’로 청년 주거 빈곤의 답을 찾은 이가 있다. 우주(WOOZOO)의 김정현(29) 대표다. 셰어하우스(6명 정도가 집을 공유)라는 용어가 낯설던 2013년 그는 2억5,000만원으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택 2곳을 빌려 카페처럼 리모델링한 뒤 청년들에게 월세 35만~45만원만 받고 재임대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 집이 하나 둘 늘어 현재는 21호점이 마포, 종로, 강북, 동대문구 등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우주’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이 사업은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11호점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우주 제공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11호점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우주 제공

실제 우주의 셰어하우스는 독특한 점이 많다. 월세도 고시원의 한달 체류비 정도로 싸지만 보증금 역시 월세의 두 달치만 내면 된다. 또 20~35세 청년들로 입주민을 한정했는데 계약기간은 6개월로 일반 임대기간(1~2년)보다 현저히 짧다. 김 대표는 “6개월 단위로 패턴이 바뀌는 청년들의 생활을 고려한 것”이라며 “관찰해보니 한 학기 학교를 다니다가 휴학 후 어학연수를 가거나 인턴경험을 쌓는 등 생활이 반년 단위로 끊어져 계약기간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비록 침실을 2명 정도가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사적 공간은 많지 않지만, 대학가 자취방이나 원룸보다 공유공간(거실, 화장실, 베란다 등)이 훨씬 넓다.

이뿐 아니다. 입주 청년들에게는 여행사와 협력해 추첨으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도 하고 영어학원, 식료품점 등을 반값에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 내년부터는 증권사 2곳과 제휴해 인턴 경험, 직원과의 1대1 멘토링 등도 해줄 예정이라고 한다. 자꾸 집에 들어가고 싶어지도록 인테리어도 신경 썼다. 각 집에 ‘예비창업자를 위한 집’(1호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9호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13호점) 등의 콘셉트를 잡고 이에 맞게 집을 꾸몄다.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13호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우주 제공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13호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우주 제공

이런 파격적 계약기간과 싼 임대료, 카페 같은 인테리어 덕에 김 대표의 셰어하우스는 경쟁률이 평균 8대1 정도로 높다. 공실률도 0%에 가깝다. 김 대표는 “요즘 대학생들은 집 형편이 어렵든 좋든 수십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영어학원을 다니는 건 필수라서 당연히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다”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만큼은 아니어도 삶의 질을 기본 이상 수준으로는 끌어올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평범한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대학 시절, 취업이나 토익 공부보다 “뭘 하고 살아야 할까”는 고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졸업 후 첫 사업으로 저가 보청기 사업을 시작했던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그가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 청년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이 대학 등록금과 주거비 문제이고 특히 주거비는 매일 부딪치는 현실인데 정책적으로 뒷받침되는 게 없다고 판단해 직접 뛰어들었다”며 “일본, 미국 등에서는 보편화돼 있는 셰어하우스가 유독 한국에서만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이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의 도전은 성공적이다. 이제는 후발주자들도 많이 생겼다. 얼마 전에는 수십억원의 투자유치도 약속받았다. 그는 “지금까지는 수익이 생기면 재투자하느라 남는 게 없었는데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내년까지 셰어하우스를 200호점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다.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최근 들어 청년 주거난 해결을 위해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 행복주택 등 정책을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셰어하우스가 당장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셰어하우스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정부가 혜택도 주고 정책에 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주리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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