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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정유년 안보위기 극복의 길

입력
2017.02.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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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층적 안보위기에 직면한 한반도

우선 국가안보회의 정상 가동해야

대선 주자에도 포괄구상 요구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기회에 몇몇 참석자가 조심스런 질문을 던져왔다. 정유재란(丁酉再亂)이 일어난 해와 간지(干支)가 같은 올해 혹시라도 전쟁 위험성은 없는가라고. 탄핵정국의 정치위기 상황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 은근한 불안감은 인지상정일 듯하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케네스 왈츠는 <인간, 국가, 전쟁>이란 책에서 국가 간에 어떠한 경우에 전쟁이 발발하는가에 대한 동서고금 사상가들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그의 이론을 필자 나름대로 풀이하면 국가 간의 전쟁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첫째, 호전적 성향을 지닌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되었을 때, 둘째, 국가 자체가 전쟁을 하려는 동기나 능력을 갖고 있을 때, 셋째, 국가 간 전쟁을 제어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제도적 장치, 즉 국가간 협력이나 국제기구 등이 불비할 때 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시민들의 물음에 답한다면 올해 한반도 정세는 솔직히 중층적 안보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북한 발 안보위기이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까지 5회에 걸친 핵탄두 실험을 실시했고, 그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을 강행해 왔다. 올해 신년사 등에서 나타났듯, 북한 지도자는 이들 전략무기를 한국이나 미국을 선제 타격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둘째,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중 관계가 경색 조짐을 보이는 것도 안보 불안요인이다. 그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적 대립을 보여온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무역분쟁 가능성마저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셋째, 역내 국가들간 대화와 협력의 계기를 조성해야 할 동아시아 다자간 기구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일 및 한중 관계가 각각 소녀상 문제와 주한 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지속적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재작년 가까스로 재개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다시 표류하고 있다. 다자간 대화와 협력의 부재로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내셔널리즘 대립이 격화하고, 북한과 같은 호전적 국가의 행동이 제어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신체에 위기 징후가 감지되면 의사들이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한다. 국가안보에 위기 징후가 감지될 경우에는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가와 관료들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탄핵정국 속에서 국내 정치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대내외적 안보위기의 진단과 대응전략 강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크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과도기적인 상황일지라도 헌법상 기구인 국가안보회의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가동해 국가안보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 강화 방침이 재확인됐지만, 관련 부처들은 한미 간 전략대화 채널을 적극 가동하여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할 대북 정책과 우리 국익의 조화를 도모해 가야 한다. 나아가 한중일 외교장관이나 국가안보실장급 인사들의 회담을 선제적으로 이끌어 내어 동아시아 국가들 간 협력체제를 재구축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대선 주자들도 안보현안에 각론적으로 대응할 때가 아니다. 외교 국방 경제 분야에서 중층적으로 전개되는 국가안보 위기 양상에 대한 포괄적 대응전략을 우선적으로 강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록 12척의 함선 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이순신 장군은 필사즉생의 각오로 백성의 협조를 받아가며 정유재란의 위기를 극복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정확한 정세판단을 바탕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대한 국민 공감과 협력을 얻는 게 탄핵정국의 불확실성 속에서 엄습하고 있는 국가안보위기 극복의 길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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