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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랑 산다] ‘깡충’ 산책 토끼 본 적 있나요?

입력
2018.06.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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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랄라는 산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도로에서 몸을 바닥에 붙이거나 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하고 있다. 이순지 기자
토끼 랄라는 산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도로에서 몸을 바닥에 붙이거나 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하고 있다. 이순지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로망이 있다. 햇살 좋은 날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하는 것이었다. 토끼를 처음 키우기 시작했을 때, 이 꿈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었다. 일단 토끼에게 필요한 준비물부터 찾아봤다. 토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져보니 정보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토끼는 목에만 줄을 매도 되는 강아지와 달리 몸 전체를 감쌀 수 있는 몸줄을 산책용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토끼는 산책할 때 목줄 대신 몸줄을 사용한다. 아마존 홈페이지
토끼는 산책할 때 목줄 대신 몸줄을 사용한다. 아마존 홈페이지

동네 마트로 곧장 뛰어갔다. 애완동물 코너 한 쪽에서 산책에 필요한 물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토끼 전용 물품은 없었다. 고양이 몸줄이 토끼에게도 잘 맞는다고 해서 뒤적거렸다. 스몰(S) 사이즈라고 적힌 가장 작은 빨간색 몸줄을 산 뒤 집으로 재빨리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랄라와의 산책을 준비했다.

모든 토끼가 산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산책이 익숙하지 않은 랄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순지 기자
산책이 익숙하지 않은 랄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순지 기자

그런데 토끼가 산책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줄을 샀으니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됐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일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몸줄을 랄라 몸에 고정시키려고 다가가니 랄라가 발을 휘두르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덜컥 겁이 났다.

한 시간 가량을 랄라와 몸줄을 두고 씨름했다. 몸줄이 낯선 토끼와 산책 나가고 싶어하는 반려인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몸줄을 싫어하는 랄라를 보며 단지 익숙하지 않아 그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몸줄을 가까스로 채웠지만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랄라 몸에 비해 몸줄이 너무 커서, 랄라가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탈출이 가능했다. 한참을 고민한 나는 가위를 들고 랄라용 몸줄을 다시 만들었다.

몸줄을 착용했으니,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즐거운 산책만 남았다고 판단했지만 이 역시 착각이었다. 동네 작은 놀이터에 도착한 랄라는 몸을 웅크리고 한 발 짝도 떼지 못했다. 지나가던 꼬마들이 “토끼다”라고 외치는 소리에 더 겁을 먹었다. 결국 나는 랄라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몇 번 더 산책을 시도해봤지만, 랄라는 매번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후 나는 랄라와의 산책을 포기했다. 내 욕심에 랄라를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미국 반려동물 공동체 ‘펫풀’에 따르면 시끄러운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토끼들은 개와 달리 산책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산책을 하려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데 쉬운 과정이 아니라고 한다. 여러 번 산책을 시도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토끼를 위해서 반려인이 산책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

산책을 좋아하는 토끼도 물론 있다

랄라는 산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토끼들도 많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등에는 주인 곁에서 편안하게 산책을 즐기는 토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종종 올라온다. 몸줄을 이용하지 않아도 산책이 가능한 토끼도 있다. 멀리서 놀다가도 반려인이 부르면 뛰어온다고 한다.

토끼를 많이 키우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토끼 산책 방법들도 공유하고 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수의사 피파 엘리엇은 미국 지식 공유 사이트 위키하우에 토끼 산책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꾸준히 훈련을 하면 토끼도 산책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더치 토끼 ‘코로’는 따스한 햇살과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산책을 즐긴다. 코로 반려인 제공
더치 토끼 ‘코로’는 따스한 햇살과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산책을 즐긴다. 코로 반려인 제공
토끼 ‘피비’는 자전거 앞바구니에 탄 후 사람들을 지켜본다. 피비 반려인 제공
토끼 ‘피비’는 자전거 앞바구니에 탄 후 사람들을 지켜본다. 피비 반려인 제공

토끼와의 산책은 집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수의사 엘리엇은 “일단 몸줄을 하고 집에서 일주일 정도 걷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에는 익숙한 집 앞을 걷고 그 다음부터는 토끼가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서 산책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산책을 하면서 토끼를 괴롭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부러 몸줄을 잡아당기거나 하는 행동은 토끼를 괴롭게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산책을 위해서 토끼는 주인과 충분히 교감해야 한다. 준비 없이 시작한 산책은 토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귀여운 토끼와의 산책, 이건 주의하세요

토끼는 다른 반려동물과 달리 예민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특히 개나 다른 동물이 많이 다니는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간혹 다른 동물이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데, 몸집이 작은 토끼가 물렸을 경우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또 살충제가 뿌려진 풀을 먹지 않는지 유심히 봐야 한다. 호기심이 많은 토끼는 일단 코를 풀에 갖다 댄다. 경우에 따라서는 살충제가 듬뿍 묻은 풀을 먹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살충제나 제초제가 뿌려진 공공장소를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따로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없기 때문에, 자주 가는 공원이 있다면 그곳을 관리하는 기관에 문의를 하는 것이 좋다.

토끼와 산책을 할 때 여름에 특히 조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야생 진드기 같은 벌레들과 열사병이다. 여름에 토끼가 산책로를 지나다니면 모기에 물리거나 야생 진드기나 벼룩이 몸에 붙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벌레들은 질병을 전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산책 후 토끼 상태를 꼭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분기 별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토끼는 바깥 기온이 28도만 넘어도 열사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토끼는 온몸에 부드러운 털을 지니고 있다. 온몸의 털에 비해 땀샘은 입술 밖에 없다. 무더운 곳에 오래 있으면 토끼는 열을 배출할 수 없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산책보다는 침대에 누워 선풍기 바람 쐬는 것을 좋아하는 랄라. 이순지 기자
산책보다는 침대에 누워 선풍기 바람 쐬는 것을 좋아하는 랄라. 이순지 기자

토끼에게 산책은 주인 욕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과제다. 특히 국내에는 토끼 산책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면 해외에서 만들어진 산책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토끼와 산책을 하고 싶다면 일단 천천히 기다려주자. 토끼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반려동물이다. 충분히 교감한 후 산책을 시도한다면 당신의 토끼도 산책을 즐기는 토끼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산책에 대한 욕심도 조금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 주인의 욕심이 토끼의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당신이 키우고 있는 토끼는 산책보다 집이 좋은 ‘집순이 토끼’ 일 수도 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okl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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