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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일본 도쿄역~왕궁 외국대사 마차 행렬 10년 만에 부활

입력
2017.12.17 18: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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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장 제정식 의전행사 재개

11일 이집트 대사 등 타고 의식

마루노우치 2㎞구간 관광 명물로

도쿄역에서 출발해 고쿄(왕궁)까지 이동하는 일본의 외국대사 신임장 제정식 관련 마차행렬 모습. NHK화면 캡처
도쿄역에서 출발해 고쿄(왕궁)까지 이동하는 일본의 외국대사 신임장 제정식 관련 마차행렬 모습. NHK화면 캡처

일본에서 외국대사 부임 때 치르는 궁중의식을 위해 도쿄(東京)역에서 고쿄(皇居ㆍ왕궁)를 오가는 마차(馬車) 행렬이 10년 만에 부활했다. 도쿄역 광장 정비공사가 끝난 데 따른 것으로,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볼거리가 해외관광객까지 겨냥한 명물로 떠오른 것이다. 입헌군주제 국가 중 몇몇은 외국 대사 신임장 제정식 때 마차에 태워 왕궁까지 입장시키는 독특한 의식을 치르고 있다. 영국풍을 유난히 선망하는 일본은 유럽 궁정외교의 화려함을 재현한 듯 고풍스런 마차를 동원해왔다.

부활한 코스의 의전행사는 지난 11일 오전 도쿄역 귀빈현관에서 두 차례 치러졌다. 마차에 오른 주인공은 아프리카 베냉과 이집트 대사였다. 수행원들과 함께 마차에 올라탄 대사 일행은 경찰 기마대의 안내를 받아 늦가을 정취가 남은 마루노우치 거리로 향했다. 시속 10㎞로 달려 고쿄까지 이동거리는 2㎞밖에 안 되지만 신기한 구경거리를 만난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느라 한껏 들떴다. 예복을 갖춰 입은 외국대사 일행이 마차를 타고 내리는 장면이 고쿄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어우러지자 일부 관광객은 ‘횡재’를 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 궁내청에 따르면 새로 부임한 외국대사 의전에 마차를 사용하는 나라는 영국과 스페인, 일본 등 세계적으로 드물다. 일본에선 신임장 제정식 때 마차와 승용차를 선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전자를 택한다. 주일 한국대사들도 관행을 따르지만 이준규 전 대사의 경우 지난해 7월 부임 당시 왕궁소속 말들이 한여름 폭염에 상태가 안 좋아 부득이하게 차량을 이용했다. 당시엔 도쿄역 코스가 아닌 마루노우치 메이지(明治)생명 앞이 출발지였다.

이동 행렬은 대사와 수행원이 타는 마차, 선도 차량, 호위하는 경찰기마대 등 최대 15마리의 말과 3대의 마차로 구성된다. 현재 사용되는 마차는 메이지 일왕 말기 때 궁내청 공방(工房)에서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차체는 옻칠했고 내부 장식엔 상아가 사용되는 등 미술적 가치로도 높게 평가돼 일왕 즉위식이나 왕족의 결혼식 때 사용된다. 지금은 공방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마차를 만들 수 없게 돼 궁내청 측은 정기적으로 옻칠을 덧칠하고 손질하며 ‘보물’처럼 관리한다는 전언이다.

한편 마차를 끄는 말들은 도치기현에 있는 궁내청 소유 목장에서 자라 일정하게 성장하면 도쿄로 올라와 고쿄내 사육시설에서 훈련을 받는다. 말은 겁이 많고 민감한 성격이어서 외국대사 의전 때 거리의 차량이나 인파에 놀라지 않도록 차도에서 실전훈련도 거친다. 10년 만에 재개된 도쿄역 의전을 위해 이달 1일 같은 경로에서 리허설도 진행했다. 마차 행렬 일정이 궁내청 홈페이지에서 예고되는 만큼 일본 당국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겨냥한 관광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도쿄역에서 출발해 고쿄(왕궁)까지 이동하는 일본의 외국대사 신임장 제정식 관련 마차행렬 모습. 니혼TV
도쿄역에서 출발해 고쿄(왕궁)까지 이동하는 일본의 외국대사 신임장 제정식 관련 마차행렬 모습. 니혼TV
지난 2013년 11월19일 당시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의 신임장 제정식 관련 마차행렬이 지나가자 왕궁앞 광장에 인파가 몰려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3년 11월19일 당시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의 신임장 제정식 관련 마차행렬이 지나가자 왕궁앞 광장에 인파가 몰려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3년 11월19일 캐롤라인 케네디 당시 주일 미국 대사가 일본 궁정의식에 따라 신임장 제정식을 치르기 위해 왕실마차를 타고 왕궁에 도착한 장면. 도쿄=AP 뉴시스 자료사진
지난 2013년 11월19일 캐롤라인 케네디 당시 주일 미국 대사가 일본 궁정의식에 따라 신임장 제정식을 치르기 위해 왕실마차를 타고 왕궁에 도착한 장면. 도쿄=AP 뉴시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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