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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지원에 2명 채용… 혈세 먹는 잡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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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지원에 2명 채용… 혈세 먹는 잡페어

입력
2017.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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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코엑스서 청년매칭 잡페어

3억여원 들여 달랑 79명 채용

1명당 나랏돈 340만원 쓴 셈

고용부, 지난해 39개 채용박람회

23억 썼지만 단 7%만 일자리

“대기업 등에서 유사 잡페어 난립 실효성↓…실적 위주 재편해야”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약 2억7,000만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강소ㆍ벤처ㆍ스타트업 청년매칭 잡페어’를 개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개막식에 참석해 힘을 실었던 역점 사업으로, 이 채용박람회를 통해 청년인재 1,200명을 채용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러나 정작 실적을 살펴보니 현장 채용인원은 79명(구직등록인원 대비 2.2%)에 그쳤다. 1명 채용하는데 나랏돈 340만원을 쓴 셈이다. 같은 달 고용부 지원으로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세종대학교 잡페어 실적은 더 초라했다. 채용인원은 달랑 11명이었다. 매년 수십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정부의 채용박람회 지원사업이 헛바퀴를 돌고 있는 것이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년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총 39개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총 23억3,000만원을 썼지만, 정작 취업자는 3,59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지원한 채용박람회에서 실제 이력서를 내고 현장면접을 본 구직등록인원(총 5만1,090명)의 단 7%만이 직장을 얻은 것이다. 이는 애초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기업이 채용하겠다고 사전에 밝힌 인원(총 1만6,865명)과 비교해도 21.3%에 불과한 수치다.

채용박람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들도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하면서 관행으로 자리잡은 취업 지원정책이다. 새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하반기 범부처 차원의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예고하고 있고, 고용부는 올해 채용박람회 지원 예산으로 19억원을 편성해놨다. 지난해에도 애초 19억2,800만원을 계획했다가 내역변경을 통해 23억3,200만원으로 늘려 집행한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규모다.

이렇게 유사한 채용박람회가 중복ㆍ난립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김성은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각 지역마다 차별성 없이 유사한 채용박람회가 보여주기 식으로 추진이 되다 보니 실적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채용박람회를 실적 위주로 재편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용박람회에서 채용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박람회의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중견기업의 채용담당자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으로 두 단계를 거치는 일반 채용과정과 달리 채용박람회는 서류심사와 면접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라 실제 채용이 망설이지는 부분이 있다”면서 “구직자들이 주최 측에 서류를 미리 제출하는 등 기업과 구직자의 매칭률을 높일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분석관은 “채용박람회 참여 기업 별로 최소 채용인원을 알려 일정비율 이상의 일자리를 구직자들에게 보장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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