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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판 놓고… 쥐락펴락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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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판 놓고… 쥐락펴락 트럼프

입력
2018.05.27 17:3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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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취소 서한 하루 만에

“그들이 원해… 우리도 하고 싶다”

하이 리스크ㆍ하이 리턴 게임서

북한 태도에 따라 지체 없이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그들이 그것을 무척 원하고 있다. 우리도 그것을 하고 싶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지 하루 뒤인 25일(현지시간) 회담재개 가능성을 거론하며 한 말이다. 그는 ‘북한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모두가 게임을 한다”고도 했다. 이 두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회담 취소와 재개의 롤러코스트를 탄 배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미 정상회담 수락이나 취소 과정의 전광석화 같은 결정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성향이 반영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도 그것을 하고 싶다”며 하루 만에 재개 쪽으로 급선회한 데서 거듭 확인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결판 내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렬하다는 점이다.

수십 년 누적된 북핵 문제가 미 본토를 위협하는 미국 안보의 최대 현안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해낸다면 엄청난 정치적 결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북미간 대립관계를 청산하는 역사적 의미까지 띄고 있어 자기 과시적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놓칠 수 없는 카드다. ‘노벨상’ 연호에 상기된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러시아 스캔들 논란을 잠재우고, 11월 중간선거에서 중요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정치적 보너스도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북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미국 보수층으로부터 커다란 역풍을 초래하는 ‘하이 리스크ㆍ하이 리턴’ 게임 성격이 강하다. 이런 위험한 게임에선 예민한 신호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성명을 보고 받은 뒤 “북한이 회담을 취소하려 하고, 미국이 절망적 구혼자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은 측근들을 인용해 전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단하고 북미회담 실무 협의에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회담을 취소하려는 신호로 오해해 먼저 발을 뺐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주변 강경파들이 ‘나쁜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말린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북한이 김계관 부상의 성명을 통해 몸을 바짝 낮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스스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나 우려도 많이 누그러진 셈이다. ‘하이 리턴’의 가능성이 다시 커진 것이다. 이에 시간을 끌지 않고 지체 없이 게임에 뛰어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불가능성에 기인한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판을 주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회담 취소 역시 협상 게임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외교 현안을 하루 아침에 극단적으로 오가는 트럼프의 결정을 두고 ‘리얼리티 정치쇼’ 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동맹국들과 제대로 상의 하지 않고 결정을 내려 미국의 리더십을 악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25일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대통령은 ‘싸구려’ 정치 쇼를 하려는 게 아니라 장기간 지속 가능하며 실질적인 해법을 원한다”며 “북한이 그럴 준비가 돼 있다면, 우리는 그런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해명했다. 워싱턴=송용창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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