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삶과 문화] 플랫폼에 쌓여가는 새로운 문화, 공유경제

알림

[삶과 문화] 플랫폼에 쌓여가는 새로운 문화, 공유경제

입력
2018.03.11 13:50
31면
0 0

공유경제의 발전으로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사용하고 경험한다. 홍수와 가뭄에 따라 나이테의 모양이 달라지듯이 공유경제도 경기가 어려울 때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자면서 싹텄고 IT기술이 발전하면서 활짝 꽃이 핀다. 카셰어링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협력적 커뮤니티가 커진다. 이런 공유경제를 키우는 핵심 동력이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알다시피 정거장이다. 사업자와 사용자가 만나는 거점이고 소통과 물류의 중심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며 새로운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의 생태계이다. 공유경제에서는 거래 당사자들이 이익을 취하는 것과 동시에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사회 전체에 기여한다.

그런데 공유경제를 제대로 누리는 교양 있는 시민으로 살아가기가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다. 미국 버거킹의 한 매장이 지난 1월 같은 와퍼라도 돈을 더 내는 고객에게 먼저 준다는 이른바 ‘와퍼 중립성’을 폐지하는 색다른 이벤트를 실시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 정부가 망 중립성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하고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벌인 이벤트다. 대체로 통신업계는 망 중립성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콘텐츠 기업은 망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망 중립성을 폐지해야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한편 네트워크가 중립적이어야 참여자들의 수평적 거래가 가능하고 나아가 공유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옳다는 생각도 든다. 갈팡질팡 헷갈린다.

이런 공유경제의 나이테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쌓여갈까? 우선 모든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유경제 서비스업체인 먼체리는 요리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전문 셰프를 렌털한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전문스토어 집사에서는 애견산책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랑스에는 아예 “괜찮은 남자 있으면 빌려 쓰세요”라는 파격적 렌털서비스 광고 카피도 있다. 둘째는 글로벌 합종연횡이다.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서비스 선두업체인 그랩에 중국의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콰이디에 이어 현대자동차도 투자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버 진영과 경쟁한다. 독일의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는 우리나라 요기요에 66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전세계 배달 스타트업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53개국에 20만개가 넘는 음식점을 파트너로 보유 중이다.

셋째는 공유 가치라는 가심비의 중요성이 커진다. 공유경제 시대의 소비자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일치하는 브랜드를 소비한다. 심리적 만족을 높일 수 있다면 높은 가격이라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심비 트렌드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는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미국의 탐스슈즈는 신발이 아닌 공유 가치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카셰어링회사 그린카는 시민의식을 높이면서도 공유 가치를 추구하는 대중의 요청에 발맞춰 금연과 셀프세차 등 프레시 캠페인을 벌인다.

철학자 최진석은 개인이든 국가든 자기 시선의 높이만큼만 행동할 수 있고 그 수준까지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사유의 시선을 높이는 것이 지금 중진국의 한계에 갇힌 우리나라의 생존을 보장한다고 외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없이는 새로운 시선, 높은 시선을 갖기 어렵다. 플랫폼에 시나브로 쌓여가는 새로운 문화 - 공유경제를 제대로 알고 맘껏 누려보면 어떨까? 플랫폼은 모든 게 모이기도 하지만 원래 떠나는 곳이다. 해리포터가 런던 킹스크로스역 플랫폼에서 캐리어를 밀고 마법사의 세계로 쑤욱 들어갔듯, 나도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문화를 좇아 딛고 선 플랫폼을 박차고 힘껏 뛰어 오른다.

구자갑 롯데오토리스 대표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