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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차 운용지침 등 위반… 경찰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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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차 운용지침 등 위반… 경찰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입력
2017.10.18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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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이하 직사 금지 규정 어기고

제어 장치도 고장 난 상태로 운용

“구은수 서울청장 공권력 남용”

현장 없던 지휘관 첫 형사책임

이진동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이진동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검찰은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처리하면서 살수차 운용지침 등 관련 규정과 다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위법성을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로 결론 내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살수차 사용시 시위대와의 거리와 수압 등을 고려해 필요 최소한도로 할 것을 규정한 ‘경찰장비 관리규칙’이나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기준’, 직사 살수 시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고, 물살 세기에 차등을 두도록 한 ’살수차 운용지침’ 등에 반하는 살수가 명백했다. 또, 다른 살수차의 경우 약한 수압으로 머리를 겨냥하지 않도록 바닥부터 살수를 시작해 대체로 지침에 부합한 것도 참고했다. 당시 문제가 된 살수차 ‘충남9호’는 살수포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조이스틱과 수압을 3,000rpm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제어장치가 고장 난 상태였던 사실도 드러났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키로 한 뒤 검찰이 가장 고심한 대목은 처벌 수위였다.

당일 현장지휘를 맡았던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총경)은 형사처벌이 불가피했다. 살수 요원들이 지침을 어기며 처음부터 시위대의 머리 쪽을 향해 고압으로 수 차례 직사 살수했지만 이를 충분히 알면서도 방치해 지휘관으로서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주요 일지/2017-10-17(한국일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주요 일지/2017-10-17(한국일보)

문제는 구은수 당시 서울경찰청장. 집회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최종책임자로 구 전 청장을 가리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사망사고 발생 당일인 2015년 11월 14일 작성된 ‘민중총궐기 대회 경비대책’에 따르면 이날 경비 총책임자는 구 전 청장으로 명시돼 있고, 살수차 사용 승인권도 그에게 있었다. 백씨에게 살수한 ‘충남9호’와 관련해, 구 전 청장이 경비과장을 통해 도착 즉시 빨리 살수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내용도 무전일지에서 확인됐다. 당시 사용된 최루액과의 혼합 살수 역시 서울경찰청장 허가를 받아 사용된 점도 확인됐다.

외국 사례도 참고했다. 살수 때문에 시위자가 실명한 사건에서 살수 시작 당시 집회 현장에 없었지만 나중에 도착해 직사 살수에 대하여 인식한 지방경찰청장의 형사 책임을 인정한 독일 법원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해 14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기소를 결정했다.

사건을 담당한 이진동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살수 지침 위반과 그에 대한 지휘ㆍ감독 소홀로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공권력 남용 사안으로 판단, 살수 권한을 가진 구 전 청장의 책임을 폭넓게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민의 부상ㆍ사망 사건에 현장에 없었던 지휘관의 형사 책임을 묻는 건 처음이다.

다만,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책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 서면조사 후 기소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 가해자로 지목됐던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도 영상 자료 분석 및 진료 감정 등을 통해 사망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냈다. 검찰은 또, 차벽 설치나 살수차 운영 등 집회 관리 전반에 불법 요소가 있던 것은 아니고, 백씨 사망을 초래한 살수차 운용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만 책임 묻는 걸로 약 2년 간의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권력 눈치를 보느라 늑장 처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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