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검찰 ‘지도부 집단 공백’ 패닉

알림

검찰 ‘지도부 집단 공백’ 패닉

입력
2017.05.19 04:40
0 0

법무장관ㆍ검찰총장 공석 이어 타격

검찰 대대적 개혁ㆍ인적 쇄신 이어질 듯

“큰 사건 공소유지 전념 어려워” 푸념도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18일 낮 검찰청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 청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18일 낮 검찰청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 청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류효진 기자

검찰이 사상 초유의 ‘지도부 집단공백’ 상태에 빠졌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59ㆍ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ㆍ20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하루 만인 18일 한꺼번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미 법무장관, 검찰총장이 공석인 가운데 전국 최대 검찰청 수장과 법무부의 검찰 지휘ㆍ감독 실무부서인 검찰국장까지 물러날 뜻을 밝혀 검찰 조직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됐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국민들께 심려 끼쳐 송구합니다. 공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감찰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안 국장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이번 사건에 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현 상황에서 공직 수행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사의를 표명하고자 합니다. 이와 무관하게,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으며 청와대에도 전달됐다.

다만 이들의 사표가 당장 수리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형사처벌 또는 중징계가 예상되는 비위사실에 대한 수사, 감찰이 진행 중일 땐 의원면직이 제한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규정상 감찰 중에는 사의 수리가 안 된다”면서 고강도 감찰을 마친 이후에야 사표 수리 여부가 결정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 해도 감찰 대상인 두 사람이 지금까지처럼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기란 불가능해졌다. 경우에 따라선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퇴임(15일)한 데 이어, 사흘 만에 핵심 요직에 있는 최고위급 간부 두 명이 옷을 벗는 사태가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 조직의 ‘리더십 부재’ 상태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특히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중요 사건 수사를 사실상 전담해 온 서울중앙지검은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노승권 1차장검사가 직무 대행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으나, 노 차장검사 또한 문제의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해 안 국장의 ‘격려금’을 받아 ‘참고인’ 자격으로라도 대검 감찰본부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다른 동석자들(부장검사급)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큰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이지만 공소유지에만 전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개혁 바람과 맞물린 이번 사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 동안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친분 덕에 요직을 장악한 인사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는데, 이 같은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됐다. 신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나면 검찰에 ‘인사 태풍’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검찰 내부는 ‘무거운 침묵’을 유지하면서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지방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검찰이 잘못한 게 맞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라 지금은 그냥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개혁을 앞두고 총장은 사퇴했고, 또 다른 고위 간부들은 ‘돈 봉투 검사’로 낙인이 찍혔다”며 “조직이 와해될 것 같은 분위기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몇몇 엘리트 검사들의 ‘부적절한 만찬’으로 인해 조만간 본격화할 새 정부의 검찰 개혁 태풍에 그저 몸을 맡길 수밖에 없게 돼 버렸다는 뜻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