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곽주현 기자

등록 : 2017.09.12 04:40
수정 : 2017.09.12 07:37

[완전범죄는 없다] 김응희 상주서 수사팀장 “끈질기면 무조건 이깁니다”

<2>노원 가정주부 살해 사건

등록 : 2017.09.12 04:40
수정 : 2017.09.12 07:37

“휴대폰에 범인 사진 넣고 매일 봐”

숨진 어머니 발견한 딸 표정

잊을 수 없어 꼭 잡고 싶었다

1998년 발생한 노원 가정주부 살해 사건을 18년 만에 해결한 김응희 경북 상주경찰서 여청수사팀장. 상주=곽주현 기자

25년간 형사계에 몸 담은 김응희(53) 경북 상주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은 ‘곰 같은’ 형사다.

‘노원 가정주부 살해’ 사건 당시 50여명 형사 중 아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던 김 팀장은 18년간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 가족 얼굴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피해자가 당시 저와 같은 나이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숨진 어머니를 가장 먼저 발견한 초등학생 딸 표정이 저를 계속 따라다녔죠. 형사로서, 이 사건만큼은 제 손으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김 팀장은 지난해 초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배치되면서 사건을 다룰 수 있는 ‘틈’이 생겼다. 끊임없이 관할 내 발생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일선 경찰서와 다르게, 광역수사대는 사건 하나에 끝까지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경감은 자신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준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너무 오래 전 사건이라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잡아야겠다는 제 의지를 믿고 수사에 매진해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잔머리 쓰는 것보다 우직하게 앉아서 버티는 형사가 무조건 이긴다”는 게 김 팀장의 철칙이다. 실제 비슷한 연령의 동종 전과자 8,000여명 중, 혈액형이 AB형이고 노원 사건과 연관성이 있으면서 얼굴이 닮은 사람을 최종 10명으로 압축할 때까지 팀원들은 ‘우직하게’ 책상에 앉아 버텼다.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협조 받은 10여명의 현재와 과거 사진을 책상에 가득 펼쳐놓고 종일 비교했다. 김 팀장은 “휴대폰에도, 컴퓨터에도 범인 사진을 저장해놓고 매일 들여다봤다”면서 “하도 봤더니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닮았는지 비교하게 되더라”고 웃었다.

지난해 11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오모(45)씨 DNA가 범인 DNA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은 직후 김 팀장은 고민에 빠졌다.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다시 상처를 끄집어 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조심스럽게 유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들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오해해 바로 끊어버렸다. “당시 남편이 일하던 곳 이름까지 말하고서야 믿더라고요. 18년 만에 대뜸 범인을 잡았다고 하니, 믿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다행히 유족은 김 경감에게 “범인을 잡아줘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특히 초등학생이던 어린 딸이 장성한 모습을 보고 김 경감은 “그제야 안심이 됐다”고 했다.

김 팀장은 노원 가정주부 살해 사건을 해결한 직후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별 승진했다. 숙원이던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을 해결한 공이었다. 그는 “범인과의 싸움에서 끈기 있게 파고드는 쪽이 이긴다”면서 “피해자와 가족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되는 계기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주=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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