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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수의 현대문화 평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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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수의 현대문화 평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

입력
2016.11.2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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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가 세상을 바꾸는 법...

-조직의 리더일수록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아량 있어야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대표)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대표)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동업은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친구에 대한 너그러운 배려가 있다면, 돈 때문에 친구사이가 갈라지는 최악의 인간관계는 막아낼 수 있다.

두 친구가 있었다. 같은 동네서 같이 자라고 공부한 동기동창이다. 취직을 하기 전 둘이 똑같이 돈을 투자해 생선 장사를 하기로 했는데, 월말 결산 때가 되면 ‘영리한 친구’의 교묘한 장부조작과 영수증 경비처리 작전이 벌어진다.

그래서 ‘바보같은 친구’는 항상 제대로 된 이익도 가져가지 못한다. 이 꼴을 뻔히 아는 주변 상인들이 “넌 왜 항상 당하고 사느냐?”고 했더니 그는 “저 친구는 집안 형편이 힘들고 노부모까지 모셔야 하기 때문에 내가 일부러 그렇게 돈을 배정해준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한 번은 시장 조폭들이 자릿세를 제대로 내라고 생선가게를 때려 부수고 난리를 피우자 어쩔 수 없는 큰 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영리한 친구’는 뒤로 숨고 나타나지도 않다가 싸움이 다 끝나고 나서야 나타나는 것이다.

시장 사람들이 더 화가 나 욕을 했는데, ‘바보같은 친구’는 “내 친구가 비겁한 것이 아니라 늙은 어머니를 돌봐 드리러 잠시 집에 다녀온 것이니 함부로 욕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어느 날 시장 상인회장 선거가 벌어졌다. 그랬더니 ‘영리한 친구’는 유력한 후보에 빌붙어 한자리 해먹으려는 속셈에, 상대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욕을 정말 열심히 하고 다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신이 대놓고 쌍욕을 해대던 상대후보가 당선되자 ‘영리한 친구’는 그때부터 시장바닥에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때 ‘바보같은 친구’가 상인회장 당선자를 찾아가 ‘영리한 친구’를 상인회의 간부로 쓸 것을 추천했다. “만일 ‘영리한 친구’를 등용한다면, 그 친구가 상인회장 당선자를 위해 불황에 허덕이는 재래시장 전체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돌아온 간부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상인회장은 ‘바보 같은 친구’의 인품을 익히 아는지라 그를 믿고 ‘영리한 친구’에게 시장의 발전에 기여해달라며 간부자리를 내주었다.

그 ‘영리한 친구’가 관중(管仲)이고, ‘바보같은 친구’가 포숙(鮑叔)이며, 시장상인회장이 바로 새로 정권을 잡은 제나라의 왕 환공(桓公)이다.

2600년 전, 자고나면 전쟁이 벌어지던 중국 춘추전국 시대를 처음 평정한 인물 환공의 뒤에는, 바로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과 그를 끝까지 믿고 친구로 대우한 포숙이라는 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때부터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관포지교(管鮑之交)라고 했다. 이처럼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삶이 지치고 힘들더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진정한 친구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것이 안치환이 부른 노래 제목과 같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다. 화향백리(花香百里)라 하여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주향천리(酒香千里)라 하여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인향만리(人香萬里)인지라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 도 남는다는 말이다.

지금은 마치 중국 춘추전국시대만큼이나 어지러운 세상이다. 그럴 때일수록 사람이 재산일 것이니, 조직의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인향만리 덕향만리(德香萬里)의 뜻을 다시금 되새겨 볼 때다.

그러면서 관중이나 포숙과 같은 믿음의 친구 한 사람을 금년 중에 찾아낼 수 있다면, 그는 진정 풍요로운 새해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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