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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명예혁명

입력
2016.1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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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존 로크는 ‘통치론’에서 권력 분립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로크가 제기한 입법과 행정의 권력이원론은 프랑스 사상가인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론으로 이어져 오늘날의 입법 사법 행정권이 확립됐다. 분업이 생산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면 권력 분립은 왕권이었던 행정권의 남용과 견제, 오용을 막기 위함이다. 로크는 국민의 모든 신분을 대표한 의회의 입법권을 최고의 권력으로 봤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된 로크의 권력분립론은 그 전해에 있었던 명예혁명과 권리장전 선포에 사상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 1688년 영국 왕 제임스 2세의 전제와 폭정에 반발해 의회는 네덜란드에 있던 제임스 왕의 장녀 메리와 남편 윌리엄을 군대와 함께 끌어들였고, 이에 놀란 제임스 2세는 프랑스로 망명하면서 명예혁명은 시작됐다. 공동 왕위에 오른 메리와 윌리엄은 의회의 입법권과 의회의 승인 없는 과세권의 무효 등이 포함된 13개항의 의회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무혈 혁명은 완성됐다. 입헌군주제의 기틀을 다진 명예혁명이 권력구조의 혁명인 이유다.

▦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퇴진 요구가 들끓는다. 야권은 명예혁명을 이야기한다. 두 차례의 대국민사과 후 칩거하던 박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재개해 논란을 부르고 있지만 향후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온전히 누리기는 어렵다. 최씨의 국정 간여, 비리와 관련한 대통령의 개입ㆍ방조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에 비춰 법적 책임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 문제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정국의 수습만 아니라 앞으로 무성한 논의가 이루어질 권력체계의 변화 방향이다. 대통령의 거취가 당장의 정치 쟁점이 되고 있지만 비단 박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닌 제왕적 대통령제의 고질적 폐단을 일소할 새로운 권력체제 이행 논쟁은 필연적 수순이다. 그렇다고 야당만으로 권력구조 혁명의 길이 열리긴 어렵다. 왕권파인 토리당과 시민파인 휘그당이 제임스 2세를 몰아내고 권리장전을 만드는 데 합심했듯이 한국형 명예혁명을 위해선 여야 의회권력의 공동 인식과 타협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 정치가 정국의 연착륙과 개헌 등 넘어야 할 높은 장벽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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