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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칼럼] 그래도 통일의 길은 평화와 화해에 있다.

입력
2016.01.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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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통일의 길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시점에 북한은 다시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수소탄’이란다. 김정은이 이를 시사한 지 한달여만, 세계는 이번 조치가 지난번과는 달리 미리 통보가 없었음에 주목한다. 북한은 이를 감행함으로써 핵보유국임을 시위했지만, 유엔은 강도 높은 추가제재를 주문하고 있다. 북한 핵에 고차방정식을 적용해 보아도,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빛 바랜 셈법 외에는 뾰쪽한 대안이 없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도 세계를 향해 자신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대우와 협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세계는 이번에도 북한의 정치적 의도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핵의 성능과 위력의 규모 등 하드웨어적인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핵실험에 깜깜이로 있던 정부는 국방문제를 미국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의 불안은 효과적으로 부추켜 질 것이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설치는 더 강요 받을 것이다. 국방 당국자의 무능은, 3년간 미국 무기 8조원어치를 포함해 약 9조원이 넘는 규모의 무기 수입에도 불구하고, 다시 신무기 타령으로 연결될 것이다. 남북이 수소탄개발과 무기구입으로 서로를 죽이려고 덤비며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는 동안, 적대관계를 부추기는 세력들의 배는 불려질 것이고, 상생 통일의 길은 더 멀어지고 있다. 그 뿐인가, 자신들의 무능을 애국으로 포장한 정치인들은 핵개발을 서두르자고 소리친다. 그들의 애국심에 조그마한 객관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전시작전권마저 ‘헌납’한 상태에서 더 진전시킬 수 있는 한미 동맹은 결국 한일 군사협력 강화와 일본군의 한반도 상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두렵다.

이번 핵실험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남한 당국에 내심 쾌재를 부르게 했다. 지난 해 조건부로 중지된 휴전선의 대북확성기 사용을 풀어버리는 빌미도 제공했다. 핵실험은 대북확성기와 긴장관계, 증오의식만 재가동시킨 것이 아니다. 작년에 우리 사회를 달궜던 교과서 국정화문제와 위안부문제 등 골치 아픈 현안들을 블랙홀로 빨아들였다. 더구나 한일 외교당국의 ‘야합’으로 곤경에 처했던 당국은 겉으로 대북제재를 다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를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핵실험은 그들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남한 당국에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거기에다 북핵문제를 총선과 관련시킬 수만 있다면 ‘수소탄’ 실험은 망외의 안성마춤이요 굴러온 떡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실험은 통일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북핵 문제가 조기에 해결하지 않은 데는 1990년대 초부터 널리 유포되었던 북한붕괴론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붕괴론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접근을 막았다. ‘핵을 가진 자와는 하늘을 같이 할 수 없다’는 강경론은 그 뒤 정권 교체에 따라 햇볕정책과 남북화해 정책으로 변화되었다. 극우세력의 퍼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신뢰를 쌓아갔다. 바로 그 때 북한은 1차 핵실험을 감행, 자폐적 선택을 했으며, 대북강경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북한퍼주기’가 핵개발의 물적 기초라고 성언했다. 그러나 극우정권 하에서도 세 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졌고 마지막이 ‘수소탄’이라고 주장되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햇볕정책과 ‘퍼주기’의 결과라고 우길 수 있을 것인가.

이제 통일문제는 핵을 제거하는 조건 위에서가 아니라 핵을 무력화(無力化)하는 방안을 통해서 접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북확성기를 재가동하는 것은 핵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핵사용의 모험을 충동할 수 있다. 핵이 사용될 때 한 반도는 더 이상 사람 사는 땅일 수 없다. 핵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그것은 평화와 화해다. 북한 핵은 아무리 부정해도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그것을 무력화할 수 있는 대안을 남북관계와 통일을 내다보며 모색해야 한다. 그게 이 시대 지혜자와 경륜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숙명여대 명예교수ㆍ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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