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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크레인 붕괴 100여명 사망 "현장 수일 내 복구, 하지 순례 예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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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크레인 붕괴 100여명 사망 "현장 수일 내 복구, 하지 순례 예정대로"

입력
2015.09.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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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열흘 앞두고 강풍에 넘어져

외신 "공사 서두르다 일어난 人災"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 붕괴 참사로 최소 107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다음날인 12일 이슬람 순례자들이 넘어진 크레인 주변을 지나고 있다. 메카=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 붕괴 참사로 최소 107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다음날인 12일 이슬람 순례자들이 넘어진 크레인 주변을 지나고 있다. 메카=AFP 연합뉴스

이슬람의 가장 성스러운 행사인 정기 성지순례(하지ㆍHajj)를 불과 열흘 앞두고 발생한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마지드 알하람ㆍ카바신전) 증축 공사 현장의 크레인 붕괴 참사로 전 세계 이슬람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사우디 정부는 12일 현재 최소 107명이 사망한 사고로 성지순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자 긴급히 “하지 순례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파손된 현장은 수일 안에 복구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성지순례를 하는 무슬림들이 매년 급증하자 이로 인한 압사사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벌인 대사원 증축 공사가 오히려 참사를 불러 일으키면서 이슬람 사회는 쉽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사우디 정부가 안전 관리에는 소홀한 채 대사원의 화려함을 부각시키는 무리한 증축공사를 짧은 기간 동안 몰아붙이면서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11일 오후 5시 10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지역에 뇌우를 동반한 초속 23m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대사원 주변에 세워져 있던 10여개의 대형 크레인 가운데 하나가 사원 회랑 위로 무너져 107명이 숨지고 23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이슬람 대예배(주마) 참석과 하지를 앞두고 미리 기도를 올리기 위해 대사원을 찾은 전 세계 신도 수백명이 모여 있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빌려 “큰 천둥소리가 나자마자 크레인이 넘어졌고 강풍 속에서 건축 자재가 사람들을 덮치면서 현장은 아비규환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모로코 출신의 신도 모하메드는 “갑자기 하늘이 시커먼 구름으로 뒤덮이더니 미친 듯이 바람이 불었고 번개가 크레인을 때린 것처럼 순식간에 사람들 위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던 한 목격자는 “수백 톤의 건축자재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의 대형 고리가 바람에 휘청거린다 싶더니 5초도 안 되어 사원 위로 전체 크레인이 쓰러졌다”고 밝혔다. AFP는 “사고가 일어나자 불과 수 분 전까지 사원을 뒤덮었던 신도들의 기도 소리는 순식간에 참혹한 비명으로 뒤바뀌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잠정적으로 사고의 원인을 강풍으로 진단하며 되도록 참사가 성지순례의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12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돌풍이 불면서 크레인이 넘어지고 나무들이 뽑혀 날아다녔다”라며 “번개가 크레인에 떨어져 사고가 나고 현장에서 일부 신도들은 서로에게 밟혀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우디 정부는 사고를 ‘천재(天災)’로 단정짓고 있지만 외신들은 정부가 제대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무리한 증축을 이어간 게 사고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현지 아랍어 언론 알리야드는 “강풍과 폭우가 사전에 예보되었는데 당국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라며 “성지순례에 맞춰 빨리 공사를 끝내려고 서두르다 벌어진 일”이라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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