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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제품이 작은 흠집에 가격 뚝... 리퍼시장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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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제품이 작은 흠집에 가격 뚝... 리퍼시장 급성장

입력
2018.01.18 16:5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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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백지혜씨는 몇 달 전 전기밥솥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같은 상품의 ‘리퍼 제품(영어 refurbished product의 한국식 약어)’이 절반 가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결함이 있는 제품이 올까 걱정했지만 ‘속는 셈 치고’ 주문했다. 결과는 대만족. 외관상 아무 흠도 없었고 석 달째 쓰고 있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다. 백씨는 “리퍼 제품에 대한 불만 섞인 리뷰도 있어서 걱정스러웠지만 직접 써 보니 새 제품과 거의 다르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상품의 반품이나 일부 수리 제품을 뜻하는 리퍼 제품이 신상품과 중고제품 사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찾는 현명한 소비가 확산하는 데다, 쉽게 사기 힘든 고가 제품을 절반 이하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자사 리퍼 제품 매출이 같은 해 1월 대비 129.9% 늘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안마의자는 382.1%, 노트북은 375.2%나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몰에서도 지난해 안마의자 리퍼 상품 판매량은 2016년 대비 27%가 늘었고, 개인용 컴퓨터는 무려 644%가 증가했다.

주로 판매되는 종류는 전기ㆍ전자제품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3월부터 매달 21일 ‘위메프 리퍼데이’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10차례 행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밥솥과 커피머신, 안마의자였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리퍼 시장은 2013년에 비해 지난해 10개 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리퍼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리퍼 상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리퍼 상품의 증가는 온라인 구매 확산으로, 반품이 늘어난 게 주원인이다. 판매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카메라, 노트북, 휴대전화 등이 주로 유통되던 리퍼 제품이 칫솔 세제 물티슈 등 생활용품에서 기저귀, 유모차 등 유아용품, 패션ㆍ의류ㆍ잡화ㆍ주얼리 상품, 심지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료품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리퍼 상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이유몰’ ‘임박몰’ ‘떠리몰’ 등이 인기를 얻자, 롯데홈쇼핑이 최근 이들을 입점시키는 등 대형 온라인몰도 리퍼 제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리퍼 상품에 착안한 공유경제 스타트업도 생겼다. 선물이나 경품으로 받은 제품 중 개봉하지 않은 ‘미개봉 새 제품’을 사고팔 수 있게 해주는 ‘미새하우스’는 지난해 연초 사업을 시작해 1년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리퍼 상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과거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나 유통 질서 교란 등을 우려해 리퍼 상품 판매를 꺼리던 회사들도 리퍼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업체로선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도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리퍼 제품의 경우 신상품 구입 때보다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리퍼 제품의 경우 상품이나 쇼핑몰에 따라 일부 환불이나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제품 설명이나 반품ㆍ환불 조건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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