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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지구서 가장 부정직” 또 발끈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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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지구서 가장 부정직” 또 발끈한 트럼프

입력
2017.01.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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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부에 감사의 인사

국가기도회서 쿠란 인용했지만

CIA 방문해 화해 제스처 이후

“취임식에 150만명 모였는데

언론이 의도적으로 축소 보도”

허니문 무드에 찬물 끼얹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방문해 직무수행 중 희생된 CIA직원을 기리는 벽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랭글리=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방문해 직무수행 중 희생된 CIA직원을 기리는 벽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랭글리=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정적’을 끌어안고, 이튿날에는 정권인수기간 관계가 나빠졌던 정보기관을 신뢰한다고 밝히는 등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취임식에 모인 인원 수가 적었다는 보도에 발끈한 백악관의 ‘언론 때리기’로 인해 애써 조성한 ‘허니문 무드’가 이틀 만에 파열음을 내고 있다.

치열한 대선 끝에 “분열된 아메리카의 대통령(시사주간지 타임)”이란 별칭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유난히 통합을 강조했다. 취임식 연설에서 자신의 표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앞에 “함께(Together)”라는 수식어를 덧붙였다. 전임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에 대해서도 “질서 있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자애로움과 훌륭함을 보여줬다”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취임식 이후 열린 오찬에는 참석자 중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를 특별히 가리켜 “두 분을 너무나 존경한다”며 좌중의 기립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어 21일 오전에는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리는 국가기도회에 참석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 취임 공식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날 행사에는 기독교와 유대교ㆍ힌두교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껄끄러운 이슬람교 고위 성직자도 참석해 분열과 차별을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맘(이슬람교 성직자) 모하메드 마기드 전 북미이슬람협회장이 쿠란의 한 구절을 인용해 “천지의 모든 창조물은 물론 다양한 언어와 피부색도 신의 표식”이라고 기도하는 가운데서도 별다른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무수행 중 희생된 CIA 요원들을 기리는 기념벽 앞에서 CIA 직원들을 모아놓고 “여러분을 1,000% 지지한다”며 정권인수기간 형성된 앙금을 털어내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해킹을 동원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CIA의 조사 결과를 여러 차례 부정하고, CIA가 ‘트럼프 기밀문건’을 언론에 노출했다는 의심까지 제기하면서 미국 정보기관과 사이가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 연설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언론 때리기’ 발언은 지금까지 이어 온 통합 메시지를 무색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정보기관 사이가 틀어진 책임을 언론에 돌리며 “나는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이들 중에 하나”라고 주장했다. 또 전날 있었던 취임식 인파가 비교적 적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내가 보기에는 100만, 150만명이 모인 것처럼 보였다”며 “언론이 (흠집내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빈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내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청중이 취임식을 지켜봤다”고 주장하며 “언론에 (거짓된 보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AP통신은 “현장에는 빈 공간이 명백히 눈에 띄었고 워싱턴 지하철 이용객수도 다른 대통령 취임식의 같은 시간대에 못 미쳤다”는 ‘팩트체크’ 기사를 냈다.

CIA 직원들 가운데서도 “우리는 정치적 집단이 아닌데 트럼프가 정치적인 발언을 해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존 브레넌 전 CIA국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CIA요원의 기념비 앞에서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것은 부적절했다. 트럼프는 스스로에게 창피함을 느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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