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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실전 경험 없으면 명함도 못 내밀어… ‘내가 준비된 인물’ 알렸다”

입력
2017.08.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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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재무ㆍ투자 ‘알리오’ 통해 파악”

“면접 때 두루뭉술한 대답은 역효과”

“심층 면접… 지어낸 얘기라면 들통”

블라인드 뚫은 합격자들 조언

블라인드 채용은 대다수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미지의 세계다. 그 산이 얼마나 높고 험할지 알 수 없어 더욱 막막하다. 면접 한번만 잘 치르면 대박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한 이들은 “직무 면접의 내용이 실무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라 운만 믿고 합격을 바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즉 회사가 채용하려는 일자리를 먼저 파악하고 내가 여기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블라인드 채용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관문을 넘은 합격자 5명이 말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실상을 들어 봤다.

지원 회사와 직무를 철저히 파헤쳐라

블라인드 채용이 기존의 채용방식과 가장 차별적인 것은 직무 중심 전형이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회사가 뽑으려는 일자리가 어떤 직무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기소개서와 실무 면접에서 자신의 장점을 표현할 수 없다.

한국체육산업개발 서승환 대리
한국체육산업개발 서승환 대리

2016년 한국체육산업개발에 입사한 서승환(27) 대리는 “회사 상황과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지, 내가 지원하는 분야(일반행정)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답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회사와 직무 파악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꼼꼼히 살폈다. 최근 회사가 어디에 투자를 했는지, 재무 상태는 어떤지 등 회사가 적극 알리지 않는 정보까지 얻을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자기소개서에 신사업 기획 아이디어를 담았다. 면접에서 받은 질문도 ▦회사 소유 체육공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 ▦여러 공연장을 활용할 아이디어가 있느냐 ▦회사 재무 상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등 회사와 직무에 대해 명확히 파악돼 있지 않고서는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사람인 정수현 인턴사원
사람인 정수현 인턴사원

지난달 채용형 인턴사원(인턴 3개월 후 채용)으로 사람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인팀에 들어간 정수현(23)씨도 “회사가 상세 모집 요강에서 직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것을 보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두루뭉술하게 답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제시한 인재상을 참고하고, 실제 입사했다고 가정해 할 일을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씨는 블라인드 채용 경험을 이렇게 요약한다. “면접관들이 정답을 정해 놓고 이를 맞히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보다는 평소 지원자가 이 회사와 직무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일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의 장단점을 명확히 분석하라

회사와 직무 분석이 끝났다면 과연 내가 여기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따져 보는 게 순서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준비한 스펙이나 장점 등을 맥락 없이 채워 넣으려 하기보다 회사가 요구하는 점들을 추려 내는 게 필요하다.

사람인 장우혁 인턴사원
사람인 장우혁 인턴사원

사람인 마케팅전략팀에 채용된 장우혁(26) 인턴사원은 “회사와 직무에 맞춰 나의 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대학 때 동아리활동, 강의 중 팀과제 수행, 해외연수ㆍ봉사 활동, 인턴 경력 등 내가 했던 활동 중에서 마케팅 직무와 관련 있는 일들만 뽑아 폴더를 나눠 분류했습니다. 단순히 ‘○○ 글로벌 원정대를 해 봤다’고 나열하지 않고 이를 통해 마케팅 기획을 실행하고 기획 문서를 작성한 경험 등 직무와 연관된 경험들을 모두 붙여 정리했죠. 그랬더니 특정 주제에 대해 내가 쌓은 경험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고,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이 저절로 준비되더라고요.”

김미루 SK이노베이션 사원
김미루 SK이노베이션 사원

경영대 아닌 공대 출신으로 SK이노베이션 석유탐사 및 개발(E&P) 세일즈 직무에 지원해 합격한 김미루(26) 사원은 자신에 대한 면밀한 분석 덕분에 블라인드 채용에서 성공했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삶의 흐름도를 만들었어요. 과거에 하고 싶었던 것, 되고 싶었던 것을 포함해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정리한 ‘커리어 패스’를 설계한 거죠.”

김씨는 대학 진학 때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자원 비전 마련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에너지자원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자원개발 공학뿐만 아니라 자원을 사고파는 영업쪽으로 관심이 확대됐다. “엔지니어링 직무가 아닌 세일즈 직무에 미래를 걸어보겠다고 결심하면서 스스로 그 이유를 여러 차례 정리했어요. 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자원 거래에 대해 외부 강좌도 들으면서 꾸준히 공부를 해 왔거든요. 이 부분을 강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다루는 것은 금물

블라인드 채용을 한순간 면접장에서 사람 좋은 인상과 언변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전형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뻥튀기로 면접관을 속이기에는 시간은 길고 질문은 깊으며 면접관도 많다. 하지도 않은 일을 그럴 듯하게 부풀리거나 의욕만 앞선 답변은 금물이다. 오직 솔직담백이 정답이다.

최환석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원
최환석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원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지적측량업무 부문에 지원해 합격한 최환석(35) 사원은 “30분가량 면접 동안 여러 면접관들을 마주하고 앉아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데, 내 얘기가 아닌 지어 낸 얘기를 해선 금방 들통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답변을 부풀리는 것은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거짓말을 하는 지원자는 오래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고 오락가락하면서 스스로 무너진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쓰고 말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 동아리 회원이었는데 회장이었다는 식으로 리더십을 부각시키기 위한 거짓 답변은 일반 전형에선 대충 넘어갈지 몰라도 블라인드 채용의 심층 면접에선 들통 나기 십상이다. 차라리 회원으로서 조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고 거기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자세하게 답하는 게 좋다. 최씨는 “단점도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보여 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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