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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핵 외교의 다음 단계

입력
2016.01.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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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합의했던 외교적 수확이 나오고 있다. 연초 미 해군 선박 두 척이 이란 영해를 침범했는데, 1년 전만 하더라도 위기 상황을 촉발했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선박들은 잠시만 억류된 뒤 풀려났다. 같은 주 이란은 다섯 명의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했고 핵 협상에 따라 농축 우라늄을 수출했으며 세계 석유 시장에 복귀했다.

이란과의 관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란이 협상을 잘 이행하는지 감시도 해야 하고, 이란 지도자들의 중동 지역에 대한 접근법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여기엔 수니파 아랍계,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란은 분명히 협력하고 있는 긍정적인 모습을 새롭게 보여줘 왔다. 위험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협력은 계속 추구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핵에 대한 야망을 품고 있어 잠재적 위험이 되는 나라는 이란뿐만이 아니다. 핵을 갖고 싶어하는 또 다른 나라인 북한은 좀처럼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핵무기 개발을 재촉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기대는 포기하기에 너무도 매력적인가 보다. 그다지 멋지지 않은 고립 속에 갇힌다 해도 말이다.

북한은 아직 공식 핵 보유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연구 개발 프로그램을 계속 해나간다면 어쩌면 곧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달 6일 북한은 성공한 핵 실험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뭔가를 수행했다. 북한 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건 수소폭탄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자폭탄이든 다른 무엇이든 심각한 위협이 되기에 충분한 폭발력을 갖춘 것이었다.

북한의 핵 야망을 억제할 수 있는 조치는 분명히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은 필수적인 원조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그런데 중국은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걸 주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크게 비판 받고 있다. 그런 비판은 마땅하다.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로 추정되는 도널드 트럼프는 외교정책 부문에서 부족한 점이 매우 많은데, 그런 그마저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하지만 늘 그렇듯 트럼프는 이런 상식적인 주장을 하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아한 주장을 덧붙인다).

하지만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게 중국 책임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미국과 나머지 다른 나라들도 이 같은 결과를 지지하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어려운 이슈들, 특히 중동 지역의 이슈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대담무쌍한 성과를 내왔다. 하지만 주의를 동아시아의 안보문제로 옮겨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련 강대국들의 목적을 일치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영리한 외교만 있다면 그는 그 분야에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케리는 그런 외교를 펴는 대신 중국을 비난했다. 최근 그는 왕이(王毅) 중국 외무부장과 전화 통화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유연한 접근법이 실패했다고 말했다는 걸 언론에 밝혔다. 매체를 통해 비판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중국은 누구보다 그런 것에 덜 익숙한 듯하다. 그 후 북한과 진전이 부족하다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중국이 재빨리 발표했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국도 일리가 있다. 중국의 ‘우호적 설득’ 정책처럼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의 핵 야망을 키우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중국이 북한에게 더 강력한 행동을 취하도록 설득하는 게 미국의 핵심 정책 목표라면 미국은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면서 적절한 수준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미국과 중국 간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또 경쟁이나 심지어 대립으로 요약되는 역학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것처럼 양측은 상호 이익이 되는 문제에 협력하는 데 익숙하다.

2003년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종식에 대해 협상하기 위해 한국 일본 러시아 북한과 6자 회담에 착수했다. 2년 후 북한이 모든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을 비롯해 국가들의 의무가 명시된 공동성명이 합의됐다. 불행히도 북한은 몇 차례의 회담 후에도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고, 2009년 이 외교 계획은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관련국들이 공동의 접근법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는 중국에겐 북한의 핵 정책을 바꾸기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단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미국에겐 중국의 노력에 대해 진심 어린 지원을 제공하고 전통적인 외교 방식으로 허심탄회한 토론을 나눔으로써 단지 중국이 더 움직이도록 부추기는 것 이상을 하는 걸 의미한다.

이란과의 최근 경험은 겉보기에 아주 다루기 힘든 상황이라도 외교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 야망을 종식시킬 수 있는 실현 가능하고 실용적인 방법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이제 이란과 했던 핵 협상처럼 최선을 다하고 협력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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