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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아이 맡기고 출근하다 당한 교통사고 ‘공무상 재해’

입력
2017.07.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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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출근 경로에 해당

일ㆍ가정 양립 위해 도와줘야”

지난해 9월 여성 공무원인 A씨는 다섯 살과 두 살 된 두 아들을 자신의 승용차로 친정에 데려다 주고 직장으로 향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져 반대 방향에서 진행하던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정강이뼈와 골반을 다치고, 간 손상까지 생긴 A씨는 공단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자택에서 바로 출근하지 않은 것은 정상적 출근 경로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A씨 자택에서 직장은 1.5㎞ 떨어진 거리인데 자택에서 10㎞ 떨어진 친정에 자녀를 맡기고 출근한 것은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자녀를 맡기기 위해 출근길에 친정에 들른 것은 통상적인 출근 경로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23일 지방 교육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 신청을 승인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심 판사는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근무하기 위해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 발생한 재해는 공무수행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며 “A씨 자택과 친정 사이의 왕복 거리는 20㎞로 통상의 직장인이 충분히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A씨는 사고 당시까지 최소한 2년 이상 두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출퇴근하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는 A씨가 통상적인 경로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심 판사는 특히 “친정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양육하는 현실적 방식”이라며 “국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자와 사업주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A씨 부부 직장에는 모두 어린이집이 설치되지 않았고 A씨 시부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아이들을 돌봐줄 형편이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친정에 자녀를 맡기고 출근한 것은 영ㆍ유아를 가진 보통의 맞벌이 직장인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양육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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