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논란할 사안인가

알림

[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논란할 사안인가

입력
2015.05.17 17:52
0 0

국가보훈처가 오늘 열리는 제35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결국 제창이 아니라 합창으로만 부르도록 결정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장, 시교육감, 자치구청장 및 자치구의회 의장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이 무산된 것은 이 노래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의에 항거한 상징적 노래, 국민의 노래라는 점에서 5ㆍ18 정신에 반한다”면서 이 노래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5ㆍ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2008년까지 10년 넘게 제창된 노래가 왜 안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단체 중심의 반대를 핑계 삼은 보훈처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보훈처는 “ ‘임을 위한 행진곡’이 1991년 황석영ㆍ리춘구(북한 작가)가 공동 집필해 제작한 북한의 5ㆍ18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됨으로 인해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인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야기됐었다”면서 “특히 작사자의 행적 때문에 제창 시 또 다른 논란 발생으로 국민 통합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백기완 선생의 시를 소설가 황석영이 개사한 것으로 1982년에 만들어졌다. 이 노래는 유족 추모제에서 불리다 2003년부터는 정부 주관 기념식에서 제창됐으나 2009년부터 식전행사로 밀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더욱이 가사의 ‘임’이 북한의 김일성이 아니냐는 황당한 주장까지 일부 보수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황석영이 북한을 방문했던 것은 1989년이고 ‘님을 위한 교향시’도 1991년에 만들어졌으니 이보다 10년 전에 작곡된 이 노래와는 무관하다. 누가 뭐래도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이 기폭이 된 1980~90년대 우리 민주화 과정을 함께 겪고 참여해온 국민의 정서 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아픈 체험과 극복의 시대적 상징성이 담긴 이 국민적 노래에 보수나 진보 따위의 요즘 이념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더욱이 생뚱맞은 ‘종북’ 딱지는 온 국민이 이뤄낸 민주화의 성취를 한꺼번에 모독해버리는 처사다. 도대체 문제 삼을 일조차 되지 않는 사안을 이런 식으로 굳이 키워 국민적 갈등을 조장하는 게 이 정권에도 뭐가 득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훈처는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을 기리고 후손을 살피는 본연의 임무나 제대로 할 일이다. 마침 오늘 광주 기념식에 참석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래 제창으로 이 한심하고도 쓸데없는 논란을 끝내주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