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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년 걸친 인간 진화엔 다섯 번의 전환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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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년 걸친 인간 진화엔 다섯 번의 전환점 있었다

입력
2016.03.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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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

로빈 던바 지음ㆍ김학영 옮김

반니 발행ㆍ416쪽ㆍ1만9,000원

맞다. 바로 그 사람, 로빈 던바다. “개인이 안정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숫자의 상한선이 150명 안팎”이며 페이스북과 같은 가상공간에서 친구 숫자가 아무리 늘어도 제대로 친교를 유지할 수 있는 수는 150명 안팎일 수 밖에 없다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로 유명한 옥스포드대 인지ㆍ진화인류학 연구소장이다. 2011년 ‘발칙한 진화론’이 국내에 번역 소개된 지 거의 5년 만에 나온 이 책은 교양과학과 본격 학술을 모두 아우르는 저자의 야심 찬 저작이다. 깊이가 있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풍부하여 입문서 수준이었던 전작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많은 유인원, 영장류 조상들 중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여 오늘날의 우리가 되었을까? 저자는 탐정 게임을 벌이자고 한다. 우리 앞에 놓인 고고학적 기록이 범죄 현장인데, 증거는 매우 불충분하고 감질나는 수준에 머물 뿐이다. 단서가 많지 않은 추리를 도와줄 법의학적 도구는 ‘시간 분배 예산 모델’과 ‘사회적 뇌 가설’ 두 가지다.

원래 고고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석기와 화석 뼈를 조합하고 여기에 약간의 지질학적 자료를 더한 것인데, 이런 상투적 무기로는 인간 진화의 사회적 측면과 이를 지탱하는 인지적 토대는 탐구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저자의 접근법은 기존의 고고학적 연구나 영장류에 대한 비교 연구 등에서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하되 “영장류가 특정한 서식지에서 생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다양하고 중요한 행위 즉 섭식, 이동, 휴식, 사회적 유대 형성 등에 시간을 분배한 방식”을 살피는 것이다.

한 종의 뇌나 체격이 커지려면 반드시 섭식에 투자하는 시간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시간에 변화가 생기려면 이동이나 사회화와 같은 행위에 투자하는 시간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한 종의 행동을 탐구하는데 바로 이 시간 예산 분배 모델은 매우 강력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사회적 뇌 가설은 “영장류가 다른 포유류보다 체격 대비 더 큰 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됐고 그 후 “인지 능력과 사회성 면에서 영장류 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을 설명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강점은 뇌 크기와 사회적 집단 규모의 관계를 설정하는 정량적인 공식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이 두 가지 가설을 바탕으로 저자는 600만년에 걸친 인간 진화 과정에 나타난 다섯 단계의 전환점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유인원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의 전환(400만년 경), 호모 에스가스테르ㆍ호모 에렉투스로 대표되는 초기 호모의 등장(180만년 경), 고인류라고 할 수 있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네안데르탈인)의 등장(50만년 경), 호모 사피엔스로 불리우는 현생인류의 출현(약 20만년 경), 뇌 크기와는 관련 없지만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전환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신석기 혁명(약 1만 2,000년 전에서 8,000년)이다.

이 책은 다섯 번에 걸친 인간 진화의 전환점을 설명하는 과정에 해부학적, 고고학적 사실들은 물론 사회성에서부터 웃음, 육식, 요리, 사냥, 할머니 양육, 언어, (로맨틱한)남녀 한 쌍 짝짓기, 양친 양육, 노동의 분화, 스토리텔링, 음악과 춤, 종교 등의 행동 표식에 관한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적 자극으로 넘쳐나는 책이다. 진부한 설명 따위는 없다. 엄청나게 많은 밑줄을 그었음을 고백한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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