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관심ㆍ뜨거운 취재 열기에도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대응
존재감 과시로 ‘북 선전 의도’도
개성공단 폐쇄 후 첫 육로 방남
22일 서울 공연장 등 둘러볼 듯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필두로 21일 남측을 방문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곧바로 강릉으로 직행, 공연장을 둘러보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지난해 북한 핵심 인사들만 맡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발탁돼 눈길을 끌었던 현 단장은 3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남녘 땅을 밟은 북측 대표단을 이끌며 정권 실세로서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현 단장은 처음 남쪽을 방문했음에도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9시쯤 경의선 육로를 거쳐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현 단장은 마중 나온 정부합동지원단 이상민 통일부 국장 일행과 인사를 나눴다. 개성공단 출입 통로였던 이 길은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며 이용이 끊겼으나 2년 만에 다시 뚫린 것이다.
현 단장 일행은 이어 경찰이 에스코트 하는 차량을 타고 오전 10시 25분 서울역에 도착했고 강릉행 KTX에 곧바로 올라탔다.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화려한 털목도리를 두른 현 단장은 탑승 과정에서 취재 열기에도 옅은 미소를 유지했고, 때때로 시민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기도 했다. 북측 점검단도 현 단장을 에워싸고 호위하듯 이동하는 등 예우하는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일정은 오후 3시 30분 북측 예술단 공연장 후보지인 강원 강릉시 황영조기념체육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10여분 만에 체육관을 나온 점검단은 이곳에서 약 1㎞ 가량 떨어진 강릉아트센터로 향했다. 이 센터는 지난해 12월 완공된 최신 문화 시설이다. 점검단은 약 2시간 30분 동안 1,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비롯, 의상실과 분장실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영국 작곡가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등의 곡이 공연장 바깥으로 흘러나온 것을 고려할 때 음향시설도 함께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점검을 마치고 나오는 현 단장에게 “공연장이 마음에 들었느냐” “어떤 공연을 준비 중이냐”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으나, 답을 하지는 않았다. 현 단장 일행은 이후 숙소인 스카이베이 경포호텔로 이동, 강릉에서 둘러본 공연장 관련 세부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에는 서울로 이동, 공연장 후보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남산 국립극장과 장충체육관 고척돔 등이 거론된다.
현 단장은 이번 방남을 통해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2014년 10월 당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최고위급 3인방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남측을 찾은 이후 첫 방남(訪南) 인사라 더 주목 받았다. 2013년 6월 김성혜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온 이후 첫 여성 대표라는 점도 주목을 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많은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첫 남측 방문 대표로 현 단장을 내세운 데는 대외 이미지를 감안한 북측의 선전 의도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서울ㆍ강릉=신은별 기자ㆍ통일부 공동취재단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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