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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야구, 연봉 킹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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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야구, 연봉 킹도 잡았다

입력
2017.11.02 15:4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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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4년 간 416패

한때 TV 시청률 0.0% 최악

고액 연봉자 정리 리빌딩으로

양키스•다저스 최강 누르고 정상

4경기 연속홈런 스프링어 MVP

호세 알투베(가운데)를 비롯한 휴스턴 선수들이 2일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LA 다저스를 5-1로 꺾고 창단 55년 만에 정상에 선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호세 알투베(가운데)를 비롯한 휴스턴 선수들이 2일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LA 다저스를 5-1로 꺾고 창단 55년 만에 정상에 선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연봉 정보 사이트인 spotrac.com에 따르면 LA 다저스의 올 시즌 연봉 총액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1위다. 반면 휴스턴은 연봉 총액이 1억3,700만달러(약 1,530억원)에 그쳐 1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연봉총액 순위와는 무관했다. 휴스턴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최종 7차전에서 다저스를 5-1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극적인 피날레를 거뒀다.

1962년에 45구경 콜트(the Colt .45s)로 출발해 1965년부터 애스트로스라는 이름을 쓴 휴스턴은 창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풀면서 휴스턴은 클리블랜드(6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우승 가뭄을 풀지 못한 팀이었다. 2005년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전 전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물러났다.

이후 휴스턴은 9년 연속 가을야구를 구경조차 못했다. 그러다 2011년 말 휴스턴에 부임한 제프 르나우 단장은 고액 연봉자를 모두 정리하고 전면적인 리빌딩에 돌입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2011년과 2012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꼴찌였던 휴스턴은 2013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옮긴 뒤에도 최하위였다. 2013년의 111패는 구단 사상 최악의 성적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무려 416패(평균 104패)를 당했다. 팬들도 떠나 휴스턴은 2013년과 2014년 TV 시청률 0.0%라는 믿기 힘든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5년 부임한 A.J 힌치 감독이 10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 서서히 리빌딩의 성과를 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올해 정규시즌에서 휴스턴은 101승 62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올랐다. 34홈런을 친 스프링어, 메이저리그 타격 1위(0.346) 호세 알투베, 카를로스 코레아(0.315ㆍ24홈런) 등 리빌딩과 맞바꾼 유망주들의 잠재력이 터졌다.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 찰리 모턴 등의 선발진과 크리스 데벤스키, 켄 자일스 등이 주축이 된 불펜도 안정적이었다. 자신감이 생긴 휴스턴은 지난 9월 ‘우승 청부사' 저스틴 벌랜더를 영입했다.

벌랜더는 이적 후 10경기에서 9승을 거뒀다. 비록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2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을 3승 1패로 꺾은 휴스턴은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동부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를,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서부 최강 다저스를 격파하는 드라마를 썼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다저스의 철옹성 마무리 켄리 얀선을 공략해 역전승을 일궈낸 휴스턴은 5차전에서는 0-4, 4-7, 7-8의 열세를 극복하고 13-12의 극적인 승리를 일궈 기적의 시나리오를 절정으로 치닫게 했다.

2회초 5-0으로 달아나는 투런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휴스턴의 조지 스프링어.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2회초 5-0으로 달아나는 투런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휴스턴의 조지 스프링어.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우승의 주역은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차지한 스프링어였다. 스프링어는 7차전 투런포를 포함해 단일 월드시리즈 첫 네 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렸으며 월드시리즈에서 5개의 홈런을 터트린 역대 3번째 선수가 됐다. 스프링어는 이날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7경기에서 타율 3할7푼9리(29타수 11안타)에 5홈런, 7타점을 올렸다.

첫 우승을 향한 휴스턴의 의지는 모든 전문가들이 우승을 예상한 다저스의 부담감을 더욱 짓눌렀다. 휴스턴은 1회초 선두타자 스프링어의 2루타와 상대 송구 실책을 틈탄 도루, 내야 땅볼을 묶어 2점을 선취했다. 2-0으로 앞선 2회초에는 무사 2ㆍ3루를 만든 뒤 1사 후 랜스 매컬러스의 2루수 앞 땅볼로 1점을 추가했고, 계속된 2사 3루에서는 스프링어가 다르빗슈의 한복판 직구를 통타해 중월 투런 홈런으로 연결하며 사실상 분위기는 갈렸다.

이날 휴스턴 선수들의 가슴엔 ‘휴스턴 스트롱'(Houston Strong)이라고 쓰인 패치가 붙어 있었다. 지난 8월 허리케인 '하비'로 5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지역 주민들에겐 어떤 메시지보다 드라마틱한 휴스턴의 가을이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스프링어는 "우리 가슴에 있는 이 패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 많이 견디고 있는 우리 팬들을 위해 우승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저스가 29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겨냥해 영입한 다르빗슈는 월드시리즈 3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2회를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다르빗슈를 내리고 브랜던 모로(⅓이닝)에 이어 3회부터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올리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타선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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