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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習 배후론’ 불똥 우려에 신중 또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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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習 배후론’ 불똥 우려에 신중 또 신중

입력
2018.05.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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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내내 신중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경한 태도 변화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배후론’을 주장해온 만큼 북미 정상회담 무산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알려진 24일 밤 중국 지도부가 긴급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 없이 일단 상황을 관망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기의 이벤트로 꼽혔던 북미 정상회담이 갑작스레 취소되는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별다른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 취소 사실이 전해진 뒤 중국의 반응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입장은 백악관이 김 위원장에게 회담 취소를 통보하는 서한을 공개한 지 16시간이나 지나서야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발표됐고, 그나마 “한반도 비핵화의 관건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며 회담 성사를 촉구하는 수준이었다. 관영매체들의 보도도 적극적인 논평이나 분석 없이 사실관계 위주에 그쳤다. 수구적 성격의 환구시보만이 사설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회담 취소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 행동”이라고 비난했지만 그 이상은 나아가지 않았다.

중국의 이 같은 신중한 태도는 최근 논란이 된 시진핑 배후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난 7~8일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뒤 강경모드로 변했다고 거듭 불만을 토로한 지 이틀도 안돼 북미 회담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자칫 회담 무산의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예정에 없던 방미에 나서 시진핑 배후론에 대해 적극 해명한 이튿날 미국이 북미 회담을 취소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진창이(金强一) 옌볜(延邊)대 교수는 “미국의 이번 회담 취소에는 북중관계가 좋아지면서 중국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제스처를 보이자 이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중국은 그간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서 잇따라 북한에게 힘을 실어주며 북중관계를 적극 회복하는 데 주력해왔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인 데 이어 북미 양국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시작하던 즈음에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2차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까지 환대하며 경제협력을 모색했다. 중국 입장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 대화를 연기하고 북미 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뒷배’였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던 중국의 쌍중단(雙中斷ㆍ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중단)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란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의 대북제재 조치가 느슨해졌다고 비판했고 시진핑 배후론까지 언급했다.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입지를 넓히려던 행동이 결과적으로 북미 회담을 무산시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할 만한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은 일제히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에 주목하며 북미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쑨싱제(孫興傑) 지린(吉林)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회담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중요한 외교 성과이자 중간선거의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고 북한에게도 평화적으로 핵을 보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성명 모두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논평기사에서 “북미 양측은 설령 회담을 열지 못하더라도 서로 자제해 최악의 국면은 막아야 한다”면서 “지금은 냉정이 가장 중요하므로 괜한 화풀이는 누구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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