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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석면 철거작업, 아직도 주먹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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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석면 철거작업, 아직도 주먹구구

입력
2018.02.13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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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ㆍ바닥에 비닐 한 겹만 깔고

금속 구조물은 덮개 없이 작업

바닥에 석면 조각 나뒹굴어도

공기질 측정기에선 검출 안 돼

위생설비 설치 안된 곳도 수두룩

1월 중순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작업자들이 '석면 텍스'로 불리는 천장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1월 중순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작업자들이 '석면 텍스'로 불리는 천장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달 중순 석면해체ㆍ제거 공사를 한 전북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공사 전 석면 전문 철거업체가 석면가루가 유출되지 않도록 작업 전 벽과 바닥에 비닐을 붙이는 보양작업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등 전반적인 공사 작업에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닥의 경우 작업 도중 찢어질 수 있어 비닐 두 겹을 깔도록 되어 있지만 철거업체는 괜찮다며 한 겹만 깔고 작업을 하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석면 텍스’라고 불리는 천장마감재를 제거한 후였다. 계획대로라면 비닐을 걷어낸 이후 석면 분진이 남아있는 금속 구조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천장재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학부모들은 “해당 철거업체에 석면 분진이 남아 있는 구조물까지 제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문제는 철거업체의 스케줄이었다. “이미 다른 학교의 석면 철거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공사 기간을 연장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학부모와 학교, 철거업체는 반나절에 걸린 논의 끝에 가까스로 보양작업이 이뤄진 상태에서 구조물을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한 학부모는 “비닐작업뿐 아니라 석면 분진이 남은 구조물 제거공사는 학부모들이 나섰기 때문에 제대로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올 겨울방학 기간에 석면해체ㆍ제거작업이 진행된 전국 초ㆍ중ㆍ고교는 1,240곳에 달하는데, 상당수 학교에서 석면철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여름방학에 석면철거공사를 한 전국 1,226개 학교 중 410개 학교에서 석면 잔재물이 발견되는 등 부실 공사 논란이 컸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작업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보양물이 제거된 이후 석면 분진이 남아 있는 구조물을 제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환경부가 뒤늦게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석면전문철거업체가 구조물까지 제거 하거나 보양작업을 한 상태에서 구조물을 제거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긴 했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나가 보니 보양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석면이 남은 구조물을 제거하고 있더라”며 “공문을 보내긴 했지만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한계는 있다”고 인정했다.

석면 조각 등이 바닥에 뒹구는데도 정작 공기질 측정기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장동빈 경기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석면철거공사가 끝난 이후 헤파필터가 장착된 청소기로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 등을 제대로 청소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들이 있다”며 “이 경우 공기질 측정기로도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바닥을 기준으로도 공기질 측정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측정업체들이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생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도 상당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석면해체ㆍ제거작업장과 연결되거나 인접한 장소에 탈의실, 샤워실, 작업복 갱의실 등의 위생설비를 설치하고 필요한 용품과 용구를 갖추도록 되어 있는데 이번 철거공사에서도 제대로 시행된 곳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석면해체 감리업무를 맡고 있는 한 감리인은 “근로자들이 샤워를 하고 작업장을 나오는 경우를 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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