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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 빠진 ARF 성명… 북한 광폭외교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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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 빠진 ARF 성명… 북한 광폭외교 통했다?

입력
2018.08.06 18:09
수정
2018.08.06 23:4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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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지원 사격도 한몫

美도 CVID 집착 안 했을 수도”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리용호(가운데) 북한 외무상이 4일 숙소인 싱가포르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리용호(가운데) 북한 외무상이 4일 숙소인 싱가포르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북한 비핵화 목표를 규정하는 이 개념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으로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주창해 도입됐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CVID가 명시됐고, 국제사회도 이 표현을 통용해 왔다.

북한은 줄곧 반발했다. “패전국에나 강요될 수 있는 굴욕적 방식”이라는 것이다. 올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향(轉向) 의지를 피력하면서 기류가 바뀌고 협상 국면이 되자 CVID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도 고려되기 시작했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 및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CD)라는 표현이 들어갔고 미국도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말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등을 돌렸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북한과의 관계 복원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매년 여름 주최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의 올해 의장성명에서 단골로 등장하던 CVID가 빠졌다. 대신 CD가 자리를 잡았다.

6일 ARF 의장국 싱가포르가 발표한 의장성명에는 “장관들이 ‘CD 공약 및 추가 핵ㆍ미사일 실험 자제 약속을 준수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지난해 필리핀 ARF 의장성명에서는 “일부 장관이 한반도의 CVID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 데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는 식으로 CVID가 쓰였었다.

일단 ‘광폭외교’ 행보의 성과라고 북한이 자평할 만한 결과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회의에서 27개 회원국 중 다수가 CVID를 거론했다. 회의 내용을 주최국이 정리하는 게 의장성명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CVID가 명시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게다가 ARF 당일(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에는 CVID가 포함됐다. 이 회의들은 북한과 상관없다.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이 ARF 의장성명에서 CVID를 빼려고 총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추정케 하는 정황이다.

의장국 배려에 더해 우리 정부의 지원 사격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외교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ARF가 북한이 참여하는 역내 유일 다자협의체라는 사실 등을 의장국이 감안해 균형된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우리 정부는 남북ㆍ북미 정상이 합의한 문서상 용어(CD)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미국도 CVID를 고집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사회주의 비동맹국가가 다수인 아세안이 경제 협력이면 몰라도 안보에서까지 자국 뜻을 따르리라고 미국이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대화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무리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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