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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고등어 구울 때 미세먼지, 실외 ‘나쁨’농도의 3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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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고등어 구울 때 미세먼지, 실외 ‘나쁨’농도의 30배

입력
2016.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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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단독ㆍ다세대주택 조사

삼겹살ㆍ계란프라이 때도 심각

전업주부 폐 건강 위협 우려

환풍기 켜면 발생량 10분의 1로

밀폐된 실내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미세먼지가 실외 미세먼지 등급 나쁨 수준보다 3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요리를 할 때 생기는 ‘안방의 미세먼지’는 주부 폐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할 때는 환기가 필수적이다.

23일 환경부가 발표한 ‘실내 미세먼지 조사’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고등어를 구웠을 때 ㎥당 2,530㎍의 미세먼지(PM10)가 나왔다. 초미세먼지(PM2.5)도 ㎥당 2,290㎍이나 배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하고 있는 실외 미세먼지 예보는 ㎥당 81㎍ 이상일 때 ‘나쁨’ 등급이다. 집안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미세먼지 나쁜 날의 30배 이상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셈이다.

삼겹살을 구웠을 때도 미세먼지가 ㎥당 1,580㎍, 초미세먼지가 1,360㎍이 나왔으며, 계란 프라이를 할 때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각각 1,160㎍/㎥, 1,130㎍/㎥씩 발생했다.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채소 등을 볶았을 때(미세먼지 201㎍/㎥, 초미세먼지 183㎍/㎥)나 돈가스를 튀겼을 때(181㎍/㎥, 172㎍/㎥)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그래도 실외 미세먼지 농도 나쁨일 때보다 심각했다. 이 조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환경부 연구용역으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단독ㆍ다세대주택 30곳에서 실시했다.

실내 미세먼지는 주로 요리를 하는 전업주부들의 폐 건강을 위협한다. 2014년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폐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폐암수술을 받은 여성환자 831명 가운데, 730명(87.8%)은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실외 대기 중 오염물질보다는 집안의 공기질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특히 음식 조리에서 집중적으로 나오는 발암성 물질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나 블랙카본, 이산화질소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이 함께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도 2010년 요리할 때 생기는 연기가 여성 폐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려면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 실험 결과 요리가 끝나고 창문을 30㎝ 이상 열고 15분 가량 환기하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기 발생이 많은 구이나 튀김 요리는 환기 후 15분, 상대적으로 연기 발생이 적은 볶음 요리는 10분 내에 미세먼지 농도가 90% 이상 감소됐다.

또 가스레인지 위에 달려 있는 환풍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됐다. 고등어를 구울 때 환풍기를 켰더니 미세먼지 발생량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류연기 환경부 생활환경과장은 “구이 요리를 할 때는 가급적 조리기구에 뚜껑을 덮고, 조리사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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