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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

등록 : 2017.10.24 04:40
수정 : 2017.10.25 16:44

"공영방송 EBS가 달라지고 있다"

다큐 '지식채널ⓔ'로 공영방송 사태 직시... 내부 토론 활성화도

등록 : 2017.10.24 04:40
수정 : 2017.10.25 16:44

EBS 다큐 프로그램 ‘지식채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이 어떻게 공정성을 잃게 됐는지를 집중 조명하는 ‘언론 4부작’을 2주간 방송했다. 방송 화면 캡처

'권력이 원하는 특정한 방향 그대로 보도되는 뉴스' '(공영방송은)다수파에 의한 정부지배형에 가깝다' '(공영방송에)낙하산 투입, 코드인사, 제거, 굳히기' 5~6분짜리 짧은 영상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기로 유명한 E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지식채널ⓔ'가 지난주 방송한 내용이다.

지난 정부가 공영방송 공정성을 해쳤다는 강한 비판이 담겼다. 불과 몇 개월 전이라면 기획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을 다큐멘터리로 최근 EBS의 변신을 확연히 보여준다.

공영방송 EBS가 변하고 있다. 공정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으로 제자리 찾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방송계에서 나온다. 양대 공영방송으로 꼽히는 KBS와 MBC가 파업이 시작된 지 50일을 넘기고도 여전히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모습과 대조된다.

최근 EBS의 달라진 면모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지식채널ⓔ'가 대표적이다. 통상 2부작으로 제작되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주 이례적으로 4부작 편성돼 방영됐다. 내용도 그간 다루었던 역사나 인물, 교육 관련 아이템이 아니었다. 지난 9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공영방송을 길들여왔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낸 기획이었다. EBS 안팎에서는 "제작 자율성이 보장된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그들의 공식', '사라진 Why, 왜?', '작전', '지배' 등의 제목으로 나눠 방영된 '지식채널ⓔ'의 '언론 4부작'은 공영방송의 민낯을 들춰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EBS 다큐 프로그램 ‘지식채널ⓔ’은 이명박(오른쪽) 전 대통령과 김인규 전 KBS 사장이 KBS의 공정성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살폈다. 방송 화면 캡처

EBS ‘지식채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공영방송 뉴스를 ‘땡박뉴스’라고 꼬집었다. 방송 화면 캡처

EBS는 지난 10년 간 '정부의 낙하산 집합소'라 불릴 정도로 정부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경영진에 투입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오랜 친구로 지낸 이춘호 전 EBS 이사장,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후 EBS 수장이 된 신용섭 전 사장, 국정농단을 일으킨 최순실씨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우종범 전 EBS 사장 등이 최근 EBS를 이끌었다. 친정부 성향이 강한 인사들이 EBS를 지휘하니 자유로운 제작 분위기는 사라지고 경영진 눈치를 보는 경직된 조직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왔다. EBS의 한 PD는 "제작진이 아이템을 자체 검열하는 경향이 생겨났고, 정부를 비판하는 방송은 더더욱 배제됐다"고 말했다.

EBS가 바뀐 건 지난달 장해랑 사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지식채널ⓔ’의 언론 4부작은 장 사장이 부임한 뒤 방송 편성을 확정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아이템도 모자라 4부작이라는 파격 편성은 그전 분위기라면 아예 발제조차 하지 못했을 아이템”이라고 귀띔했다. 장 사장은 KBS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오래 활동했고 한국PD연합회 회장과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또한 그는 부임하자마자 경영혁신팀과 디지털혁신팀을 신설해 EBS의 콘텐츠 발전과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혁신팀장에는 홍정배 전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을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EBS는 지난 15일부터 1주일 간 경영진 및 제작부 등 부장급 인사들의 내부 토론회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곧 일반 사원들 토론회도 열릴 예정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장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식채널ⓔ'의 김동준 PD는 "사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제작 자율성이 보장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면서도 "예전보다 다룰 수 있는 방송 스펙트럼(범위)이 더 넓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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