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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되레 ‘비정규직 꼼수’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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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되레 ‘비정규직 꼼수’ 부린다

입력
2017.02.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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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고용하면 정규직 전환 대상

통제 안 받는 간접고용 늘려

전체 비정규직 7% 증가

정부의 비정규직 축소 방침에도 불구, 가장 앞장 서 이를 실천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도리어 지난 3년간 ‘사실상의 비정규직’을 7%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평가제도 상 맹점을 악용한 셈인데, 결과적으로 가장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

1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기업ㆍ준정부기관ㆍ기타공공기관 등 342개 공공기관의 ‘소속 외 인력’은 총 8만188명으로 집계됐다. 소속 외 인력이란 공공기관이 직접 채용하는 비정규직이 아닌, 외주업체를 통해 파견ㆍ용역ㆍ사내하도급 형태로 ‘간접고용’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의미한다. 공공기관의 소속 외 인력 규모는 작년에만 6.5% 늘어난 것을 비롯,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 2013년 이후 매년 5~10%씩 급증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비정규직 축소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3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약 1만2,000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작년에는 비정규직 규모를 정규직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대책도 발표했다.

그런데도 매년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이유는 이들이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에선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만 정규직 전환 대상이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해당되지 않는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공공기관 입장에선 정규직 전환율 등 각종 통제를 받지 않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오히려 간접고용을 늘리는 ‘풍선효과’를 부추기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는 총 인건비(정규직ㆍ무기계약직) 증가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 ‘조직 효율화’가 있다”며 “이에 공공기관들은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로 고용할 수 있고 정규직 전환 부담이 없어 향후 총 인건비에 영향을 안 주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제도적 구멍’을 틈 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총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알리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342개 공공기관의 직접고용 비정규직(3만6,046명)은 2013년(4만3,821명)보다 크게(17.7%) 줄었지만, 반대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크게 늘면서 사실상의 전체 비정규직(직접고용+간접고용) 규모는 같은 기간 7.1%(10만8,454명→11만6,234명) 증가했다.

이들 소속 외 인력은 공공기관이 아닌 외주업체 소속이어서 직접고용 비정규직보다 임금ㆍ고용승계 등에서 처우가 더 열악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주화를 통한 간접고용은 부수업무를 전문기관에 맡기고 핵심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은 정부의 예산통제 우회 수단으로 변질돼 있다”며 “공공기관별 특성에 따라 인건비 예산을 신축적으로 배정해 핵심업무까지 외주화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청사 청소 등 소규모 인원을 전부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한 서울시나 각각 1,500명의 간접고용 인원을 자회사 신설 방식으로 직접고용한 서울메트로(지하철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6~8호선) 등의 사례처럼 다양한 대안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도 비정규직의 실질적 축소를 위한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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