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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당선소감 | 늦은 출발…하지만 빨리 달리지 않겠습니다

입력
2017.01.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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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아 305동 1005호

주수철

1968년 전남 영광 출생

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과 졸

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그린피아 305동 1005호'의 주수철씨.
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그린피아 305동 1005호'의 주수철씨.

젊었을 때의 저의 글쓰기는 수퍼카를 타고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삶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됐습니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저에게 힘이 돼 주고 용기를 주는 것은 오직 글을 쓰는 것뿐이었습니다. 저의 모든 것이 희생돼도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래의 어느 날에 틀림없이 보상 받게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저의 진가를 알아보고 저의 탁월함을 밤새워 얘기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시간이 지남으로써 알아가는 사실, 어쩌면 현명한 사람들은 그 잘못된 출발에서 영민하게 인지하는 것들을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세상은 그처럼 자기 안의 그림자에만 머물러 있는 자에게는 결코 어떤 답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살아온 삶이 어떠했든, 그래서 내면에 어떤 이끼가 끼었든 세상의 이로움에 대해 어떤 기여도 하지 않는 자에게 세상은 결코 아무 것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인식에 이르지 못한 글쓰기가 진실한 사람들의 얘기, 이 세상의 참된 모습을 제대로 형상화해내지 못할 것은 자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헛되이 허비되었고 틀림없이 찾아오리라 믿었던 파랑새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믿음이 파쇄되었던 즈음에 전 글에 대한 제 욕망 또한 옅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놓아 버릴 용기도 없었던 어느 날에 전 희곡이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법을 익히면서, 습작을 해나가면서 왜 이제야 이런 행복감을 발견하게 됐는지 못내 아쉬웠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의 참다운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기에 중요한 성과를 거둬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비록 너무나 늦어버린 출발이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투정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9인승 승합차를 운전하려 합니다. 빨리 달리지 않을 것이며 차에 탄 승객들과 함께 바깥의 경치를 구경할 것이며 춤추며 노래할 것입니다. 또한 꿈을 위한 중요한 길 위에 서 있는 아들과 함께 구하는 사람만이 돌려받을 수 있는 세상의 법칙에 대해 얘기할 것입니다.

엉성하고 미진한 작품에 그런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과 한국일보사에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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