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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라 성적 자신 없지만 열정만은 우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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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라 성적 자신 없지만 열정만은 우등생”

입력
2017.03.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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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시장 중도매인 이정기씨

전주대 만학도 전형으로 입학

“배움에 나이 없단 걸 증명할 것”

“성적은 젊은 친구들을 못 따라도 열정만큼은 우등생이 될 자신이 있어요. 학교 수업은 물론 야유회 등 각종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여할 겁니다.”

만학도 전형으로 올해 전주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정기(61)씨의 최종 학력은 중학교 졸업이다. 그는 과거 어려운 집안 형편과 6남매를 생각해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따라 원예시장을 드나들며 경매일을 배웠다. 40년 넘게 부지런히 뛴 덕에 이제는 지역농협 이사, 로타리클럽 회장을 맡을 정도로 나름 성공한 농업인이 됐다.

하지만 못다 푼 배움에 대한 갈증은 세월이 갈수록 허기가 졌고, 이력서의 학력 기재란을 볼 때면 상처가 더욱 아렸다. 그러던 2015년 배움에 때를 놓친 사람들을 위한 고교학력인증학교가 생겼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2년간 몸을 맡겼다. 40년 만에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은 정말 고달팠지만, 대학 공부를 시작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의 도전은 젊은이도 힘든 주경야독이라 더욱 값지다. 그는 전북 남원원예농협에서 생업인 중도매인 일을 마치고 나서 대학생으로 변신한다. 농민들이 새벽 일찍 공판장에 낸 과일, 채소 등의 가격을 매겨 소매상인들에게 넘기는 경매를 진행하고, 남원 집에서 전주 학교까지 차로 1시간 이상 달려야 가까스로 야간과정(오후 6~11시)의 강의시간을 맞춘다.

“이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기 쉽지 않았죠. 학과 진도나 제대로 따라 갈지, 욕심만 앞선 무모한 시도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도 평생 꿈을 이룰 기회가 왔는데, 주저해서는 안 될 것 같아 과감히 도전했어요.”

61세 나이로 올해 전주대 신입생이 된 이정기씨가 자녀들보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있다.
61세 나이로 올해 전주대 신입생이 된 이정기씨가 자녀들보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있다.

가족들 응원은 힘들 때마다 힘이됐다. 부인은 “가슴 속에 응어리진 공부에 대한 열망을 풀어야 한다며 집안 일은 내가 맡을 테니 학교를 가라”고 격려했다. 대학을 나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딸(34), 아들(29)도 “아빠가 학구열과 의지가 존경스럽다”며 북돋아줬다.

이씨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꼭 대학 졸업장을 따 ‘배움에 늦은 나이란 없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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