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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첫 타자로 ‘트럼프 프레임’에 빠져든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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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첫 타자로 ‘트럼프 프레임’에 빠져든 삼성

입력
2017.02.0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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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미국 내 가전공장 건설을 확신하고 3일 "고마워요 삼성!"이라고 트윗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DC=AP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미국 내 가전공장 건설을 확신하고 3일 "고마워요 삼성!"이라고 트윗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DC=AP 연합뉴스

“막대한 국경세를 물리겠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삼성전자를 점 찍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잇따라 무릎을 꿇은 터라 삼성전자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고마워요 삼성! 우리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는 글을 올렸다. 국내 기업 중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직접 언급한 첫 사례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1일 보도한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 공장 건설을 검토한다’는 기사를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가 인용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보고 글을 올린 것이다.

앞서 지난달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가 멕시코에서 보내는 쉐보레 크루즈를 미국에서 만들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자 GM은 “미국에 10억 달러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도요타를 비롯해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도 미국 내 투자와 추가 고용을 약속했다. 독일 기업인 BMW만 멕시코 공장 건립을 기존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명을 거론한 것 자체가 삼성으로선 매우 곤혹스럽다. 그가 직접 챙긴 다른 기업들이 줄줄이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혔다는 점도 엄청난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미국에 가전공장 신설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해 자회사로 운영중인 고급 주방가전업체 ‘데이코’의 LA공장 증설도 검토안에 포함돼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공장이나 노동집약적인 휴대폰 조립공장보다는 그나마 가전공장이 채산성에서 덜 불리할 것이란 게 삼성의 판단이다. 게다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은 무관세지만,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대부분 멕시코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다. 트럼프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파기할 경우 가전부문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약 170억 달러를 투자했고, 미국 내 추가 투자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LG전자도 마찬가지 처지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단계이고, 올해 상반기 중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LG전자는 테네시주 등 미국의 여러 주로부터 공장 설립 요청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트럼프 리스크로 고심하고 있다. 향후 5년간 미국 내 31억 달러(약 3조5,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여기엔 신규 공장 건립이 빠져 있다. 지난 5년간 미국 시장에 투입한 규모보다 10억 달러 가량 많은 투자액이지만 주로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R&D), 기존 생산시설 환경개선 투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 대한 국경세가 신설될 경우, 25만대인 이 곳의 연간 목표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사실 미국 내 수요를 고려할 때 현지 공장을 당장 신설할 이유가 없다. 미국 내 연간 판매량인 140만대의 절반인 70여만대를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나머지 물량은 한국에서 수출해 공급한다.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건설하면 국내 생산 설비 감축이 불가피한 구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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