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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사단 방북…김정은, 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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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사단 방북…김정은, 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직시해야

입력
2018.03.04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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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 특사단이 5일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특사단은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차관 등 5명으로 구성됐다. 특사 방북은 2007년 참여정부 당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이후 11년 만이다. 청와대는 “북한 고위급 관계자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여건 조성,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사단의 목적과 임무는 분명하다. 비핵화 당위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전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상대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설득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특사단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에 따라 향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은 지대할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언급한 만큼 이번 특사단 방북은 철저히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사단 파견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대화 정국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면 북핵 정국은 다시 경색되고, 남북정상회담도 좌초할 수 있다. 남북미 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의 문이 닫힐 수도 있는 중대한 국면인 것이다.

김정은이 비핵화 조치에 동의한다 해도 어떤 성격과 어느 수준의 비핵화인지에 따라 논란은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는 대화 모색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상당 기간의 핵ㆍ미사일 도발 중단을 상정해놓고 있다. 만일 김정은이 대북제재 해제,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거나, 핵군축을 토대로 하는 비핵화를 거론한다면 특사단 중재는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통인 정 실장이 특사단 수석을 맡은 것은 미국 입장과 한미관계를 의식한 포석이다. 특사단은 북한에서 돌아오는 즉시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김정은의 메시지에 대한 미국의 평가와 입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로서는 김정은에게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고, 미국에게는 이를 바탕으로 북미대화의 문턱을 낮출 것을 설득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여건은 좋지 않다. 북한은 특사단 파견이 거론되는 와중에도 미국의 대북 압박과 한미군사훈련을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을 동시다발로 쏟아냈다. 북한 외무성은 3일 “우리는 대화를 구걸하거나 미국이 떠드는 군사적 선택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어떠한 봉쇄도 전쟁행위로 간주하겠다”며 “미국이 계속 제재에 매달리고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한다면 우리 식의 대응 방식으로 미국을 다스리겠다”고 보도했다.

특사단 중재의 성패는 결국 김정은의 태도와 선택에 달렸다. 한미가 대북 대화에 어떤 유연성을 발휘하느냐는 그 다음 문제다. 북미관계의 방패막이로 남북관계를 이용한다는 것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대화의 마지막 문이 될 이번 특사단 파견의 엄중한 의미를 김정은은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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