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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o! 지누션과 함께한 YG도 챔피언"

입력
2016.12.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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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가수 엄정화와 힙합가수 지누션이 '말해줘'를 부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수 엄정화와 힙합가수 지누션이 '말해줘'를 부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타임, 세븐, 거미, 빅뱅, 2NE1, 싸이, 악동뮤지션, 블랙핑크…. 이쯤 되면 성공률 100%다. 나왔다 하면 흥행이 보장되는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얘기다. 옥석을 가려내는 양현석의 눈썰미도 그렇지만, 자율성을 강조한 신인 양성 프로그램으로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한 것이 신선한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거대 기획사가 된 YG의 시작은 어땠을까. 1997년 양현석이 제작한 힙합 듀오 지누션이 첫번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지누션은 YG만의 음악 정체성을 구축한 개국공신이자 수많은 YG표 후배 가수의 데뷔 기반을 닦은 첫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지누션은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이 제작한 두 번째 팀이자 YG엔터테인먼트에서 성공한 첫번째 아티스트로 남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누션은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이 제작한 두 번째 팀이자 YG엔터테인먼트에서 성공한 첫번째 아티스트로 남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 자체 프로듀싱, 해외 협업… YG 시스템의 시작

양현석이 제작한 첫 번째 팀은 아니었다. 1996년 양현석이 내놓은 킵식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다음해 지누션이 두 번째 팀으로 출격했다. 결성 전 지누(본명 김진우)는 1994년 '나는 캡이었어'라는 곡으로 이미 데뷔를 한 상태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백댄서였던 션(본명 노승환)은 그룹 해체 후 양현석의 영입으로 기회를 얻었다.

정규 1집 앨범은 양현석과 듀스의 전 멤버 이현도가 공동 프로듀싱했다. 타이틀 곡 중 하나인 '말해줘'가 히트하면서 지누션의 활동에도 탄력이 붙었다. 엄정화와의 컬래버레이션이 압권이었다. 다음해 이들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영어곡이 포함된 1.5집을 발표했다. 1.5집은 미국 갱스터 콘셉트으로 기존 힙합보다 세련된 곡을 선보였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정규 3집 앨범부터 몹 딥(Mobb Deep), 싸이프러스 힐(Cypress Hill) 등 해외 뮤지션과 협업해 YG만의 프로듀싱 시스템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당시 해외 뮤지션과의 작업이 흔치 않아 앨범 홍보 효과를 보기도 했다. 3집은 무려 2년에 걸쳐 제작했다. 지누션은 타이틀곡 'A-Yo'로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부진했던 지난 성적을 털었다.

'A-Yo' 활동에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당시 뮤직비디오에 션의 어린 시절 역할로 12세 남자아이가 출연했는데,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YG에 입성해 남성그룹 빅뱅의 태양으로 데뷔했다. 빅뱅의 지드래곤 역시 그 시절 지누션과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다.

2004년 정규 4집 앨범 '전화번호'의 흥행 이후 지누션은 긴 휴식기를 가졌다. YG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하며 후배 양성에 집중했다. 그동안 션은 배우 정혜영과 결혼해 기부 등 사회활동에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이사직으로 진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무대에 대한 열정이 다시 깨어났다. MBC '무한도전'의 프로젝트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출연을 계기로 복귀 의욕이 살아난 것. 이들은 11년 만에 '한번 더 말해줘'를 발표하고 Mnet '쇼미더머니4'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재개했다. '한번 더 말해줘'는 세련된 전자음에 1990년대 감성의 멜로디가 어우러진 뉴디스코 장르로 20대와 30대 소비자를 모두 잡았다. 지누션은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마쳤다.

지난 2007년 열린 '2007 SBS 가요대전'에서 지누션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SBS 제공
지난 2007년 열린 '2007 SBS 가요대전'에서 지누션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SBS 제공

2. 2030세대에 통하는 '뉴디스코 장르' 열다

지누션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댄스곡과 힙합의 결합으로 힙합의 대중화에 일조했지만, 앨범 제작을 대부분 다른 프로듀서에게 맡기면서 자체 제작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그들이 곡 작업에 손을 놓았던 건 아니다. 정규 2집 앨범부터 작사, 작곡을 맡아 꾸준히 참여했다. 지누는 정규 2집 앨범의 '자나깨나' '너를 기억해'를 작곡했고, 션은 정규 3집 앨범의 대부분을 작사했다. 'A-Yo' '전화번호'와 같은 대표곡도 지누션이 직접 작사한 결과다.

비교적 단순한 라임, 여유로운 플로우와 무대 퍼포먼스가 지누션 음악의 특징이다. 고전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최근 '한번 더 말해줘' '오빠차' 등 1990년대 멜로디와 세련된 악기 구성이 어우러진 뉴디스코 힙합이 통하면서 입지는 견고해졌다. 복고와 최신 트렌드가 혼합된 새 전략이 지금까지는 잘 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 정규 1집 '말해줘' (feat. 엄정화)

● 정규 3집 'A-Yo'

● 정규 4집 '전화번호'

● 싱글 '한번 더 말해줘' (feat. 장한나)

● '오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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