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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와 국회의 적절한 예산 관련 권한

입력
2018.04.09 15: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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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3조9,000억원 가량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국회에 맡겼다. 청년층의 취업과 고용장려금, 장학금, 생활보조금, 직업전환교육 및 재취업 지원 교육비 등을 포함한 ‘일자리 추경안’이다. 소상공인 및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부담과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정책의 외부효과를 해소하기 위한 예산이다. 이미 2~3달 전부터 예상되었던 증액이며,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바람직한 노력이다.

그런데 이번 추가경정예산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우선 이번 추경안의 규모는 2018년 정부 제출 예산안을 가운데 국회가 삭감하였던 4.3조 원에 근접한 금액이다. 또한 추경안을 구성하는 주요 분야는 지난해 국회가 가장 많은 금액을 삭감하였던 보건, 복지, 고용 분야이다. 정부의 지출예산이 과다하게 책정되었을 뿐 아니라 특정 영역에 불균등하게 배분되었다는 국회의 심의 결과가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에 의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현행 헌법이 보장하는 정부의 예산 편성권과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의 예산안에 대하여 국회와 정부가 비대칭적 정보를 지닌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국회는 정부의 예산 편성과정에 참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다. 단순히 부처별 및 사업별 예산 금액만이 적힌 예산안에 대해 심의하기 때문에 효과적 심의를 진행하기 어렵다. 애초에 예산의 구체적 지출용도 및 방법에 대한 정보 없이 심의하였기 때문에 추가적 예산이 필요한지에 대한 여부도 적절하게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현행 헌법은 정부의 동의 없이는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삭감만이 가능한 국회의 예산심의과정을 고려할 때 최대한도의 예산안을 제출하려는 유인을 지니게 된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소위 ‘쪽지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정부와 은밀한 거래에 빠질 수 있는 유인을 발전시키게 된다. 양쪽 모두 예산의 비효율적 배분을 낳을 뿐 아니라 정부 동의에 대한 규정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국회의 역할을 제한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개헌안 논의를 통해 현 정부가 이와 같은 예산결정과정에서의 국회와 정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개헌안은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행정부와 국회가 균등한 권한을 통해 상호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예산법률로 확정하도록 하고, 심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개헌안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개헌안은 여전히 국회를 예산 편성과정에서 소외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국회와 행정부 간 비대칭적 정보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 또한 정부 예산안에 대한 늘어난 심의 기간이 국회가 적극적으로 심의과정에 나설 유인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행정부와 국회의 권한조정을 통한 더욱 효율적인 예산결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대안을 고려하는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미래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행정부처의 전문성에 기대어 국민의 세금을 지출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세금을 지출하는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더욱 광범위하게 수렴하기 위해 국회의 역할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최소한 예산수립과 심의, 집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정부와 국회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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