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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정원 요원들의 죽음

입력
2017.08.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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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별명으로 잘 알려진 게 ‘원주사’와 ‘원따로’다. 공직 생활 대부분을 보낸 서울시에서부터 측근이나 친구가 거의 없어 원따로로 불렸고, 고위직답지 않게 자잘한 것까지 챙긴다고 해서 원주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기질은 국정원장 시절 절정에 달했다. 정보 문외한이라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지엽적인 첩보까지 달달 외운 뒤 직원들을 몰아붙였다. 자신에 대한 반감은 인사와 조직 장악으로 응수했다. 전문성과 원칙을 무시한 줄 세우기 인사로 요원들의 업무 의욕은 곤두박질쳤다.

▦ 원 전 원장 재임 기간 약 10명의 국정원 요원이 사기 저하로 자살했다는 내용이 국제 기구 보고서에 실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분쟁 예방 비영리조직인 국제위기그룹(ICG)이 2014년에 발간한 ‘한국 정보기관 병적 증상의 위험성’이라는 보고서에는 정보기관 수장으로서의 원 전 원장의 역량 부족 지적과 함께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원 전 원장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당시 부당한 인사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 국정원 직원들의 자살과 자살 시도 사건은 드물지 않게 발생했다. 하지만 외부에 노출된 사건은 개인 차원이 아닌 국정원의 정치적 개입과 관련된 경우였다. 2015년 7월 내국인 사찰에 사용된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건과 관련된 국정원 직원이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국정원 개입설 등 의혹이 제기됐으나 결국 자살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2014년 3월에는 서울시공무원 간첩증거조작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간부가 자살을 시도했고, 2005년에는 국정원 비밀 도청팀장이 “비밀을 주검까지 갖고 가겠다”며 자살을 기도했다.

▦ 서울 내곡동 국정원 경내에는 순직 국정원 요원들을 추모하는 보국탑이 있다. 북한 공작원의 독침에 피살된 해외 지부장,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에 걸려 쓰러진 서기관 등 수십 명이 이름도 사진도 없이 대리석에 별로 새겨져 있다. 죽어서도 이름 대신 별로 남겨질 수밖에 없는 게 국정원 요원의 숙명이다. 원 전 원장 시절의 국정원 요원들은 국가 안보를 위하다 순직하는 ‘영예’조차 누리지 못했다. MB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의 제물이 된 국정원 요원들 죽음의 진상도 밝혀져야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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