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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서부의 로빈 후드(7.25)

입력
2018.07.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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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 서부의 로빈후드 호아킨 무리에타가 1853년 오늘 사살됐다.
알려진 바, 서부의 로빈후드 호아킨 무리에타가 1853년 오늘 사살됐다.

미국 ‘서부의 로빈 후드’(혹은 엘도라도의 로빈 후드)라 불리는 멕시코 출신의 ‘의적’ 호아킨 무리에타 카리요(Joaquin Murrieta Carrillo, 1829~ 1853)의 이야기는 진위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지 모른다. 사학자 등이 조사한 바, 확실한 건 그가 멕시코 북서부 소노라 주의 에르모시요(Hermosillo)에서 태어나 골드러시의 ‘포티나이너스(Forty-niners, 1849년)’들에 섞여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범죄자로 현상금이 걸려 전담 추적팀인 ‘캘리포니아 레인저스’에 의해 1853년 7월 25일 콜링가(Coalinga)의 디아블로 레인지 산맥 인근에서 사살됐다는 것 정도다. 그가 어쩌다 범죄자가 됐고, 어떤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 1849~53년의 진상은 상반된 이야기들로 흐릿하다.

그를 ‘의적’으로 낭만화한 버전에 따르면, 백인 광부들이 성실한 금광 노동자였던 그를 이민자라며 멸시하고, 누명(노새 도둑질)까지 씌워 그와 그의 처남에게 태형을 가하고 아내를 집단 성폭행해 숨지게 하면서, 복수의 화신이 됐다는 것이다. 무리에타는 차별 받던 이민자들을 규합해 자신에게 해를 끼친 백인들을 포함해 40여 명을 살해하고, 금괴 등을 탈취해 가난한 이주노동자들을 도왔다고 알려졌다. 체로키 인디언 혈통의 작가 존 롤린 리지(John Rollin Ridge)가 쓴 1854년 책 ‘호아킨 무리에타의 삶과 모험’이란 책과, 그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존스턴 맥컬리(Johnston McCulley)의 1919년 소설 ‘카피스트라노의 저주’ 속 주인공 조로(Zorro)의 이미지가 거기 포개졌다.

공식 버전인 ‘악당설’은 그와 그의 일가(Five Joaquins)는 처음부터 말 도둑집단으로 캘리포니아로 건너왔고, 절도ㆍ살인을 일삼아 주 정부가 현상금을 걸었다는 것이다. 사학자 프랭크 래터(Frank Latta)는 1980년 책 ‘호아킨 무리에타와 그의 말도둑들’에서 그와 그의 아내가 백인들에게 공격 당한 뒤 동족 도둑 집단의 도움으로 응징에 나섰고, 이후 열차 강도 등 그 집단에 가담했으리라는 설을 제시했다.

레인저스는 주범 5명 중 무리에타 등 3명을 사살하고 2명을 생포했다. 그들은 무리에타의 머리를 잘라 순회전시를 했는데, 그게 무리에타가 아니라는 증언과 살아있는 그를 봤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그는 신화화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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