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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보충제, 심근경색 위험 27%나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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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보충제, 심근경색 위험 27%나 높여

입력
2015.03.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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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의 골다공증 예방효과

근거 불충분하다고 알려져있지만

식약처는 우수등급 포함해 논란

건강기능식품 맹신하지 말고

삼시세끼 잘 챙겨먹는 게 중요

201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44%)은 홍삼, 비타민, 미네랄 등 식이보충제를 먹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수준으로, 하루 삼시세끼만 잘 챙겨 먹으면 식이보충제를 따로 복용하지 않아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칼슘보충제 등 일부 제품은 심근경색 등 위험을 높일 수 있어 복용 자제가 필요하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식이보충제 소비 확산의 주역은 2004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었다. 홍삼, 비타민 등 다양한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지면서 소비 욕구에 불을 지폈다. 2000년대 들어 널리 퍼진 ‘웰빙’문화는 소비에 기름을 부었다. 건강에 좋다면 돈을 아끼지 않는 풍조가 건강보조식품 의존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식이보충제 섭취율은 해마다 치솟았다. 2005년 25%(남성 22.3ㆍ여성 29.3%)에 머물던 섭취율은 2013년 44%(남성 41.0ㆍ여성 47.0%)로, 8년 새 1.7배 증가했다.

야채위주 식단 꾸민 암 환자도 권장섭취량 초과

서울대병원에서 유방암을 완치한 한 50대 중년여성의 사례는 우리가 얼마나 식이보충제를 맹신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 여성은 아침식사로 쌀밥 반 공기, 시래기된장국, 배추김치, 호박볶음, 도라지나물 등을 먹었다. 여기에 콩조림(콩자반)을 얹은 것이 점심이었다. 저녁에는 야채와 과일이 추가됐다. 가지나물 부추겉절이 브로콜리 시금치나물 복숭아 황도 등 골고루 먹었다. 암 환자의 식단으로 특별한 것이 없었음에도 주요 영양소별 1일 권장섭취량을 모두 충족했다. 칼슘과 인 섭취량은 1,344mg, 1,063mg로 권장섭취량(각각 1,000mg, 700mg)을 초과했다. 철분 비타민B2 비타민A 비타민C 섬유질 등 섭취도 권장량을 웃돌았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인의 경우 특정 음식에 편중하지 않고 골고루 식사만 제 때 잘하면 식이보충제 섭취가 필요없다”며 “암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홍삼, 비타민 등을 챙겨먹는 것보다 골고루 제 때 먹는 식사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몸을 유지하는데 정작 필요한 열량과 단백질 섭취를 등한시 한 채 식이보충제로 부족하지도 않은 영양소를 섭취해 건강을 유지하겠다는 발생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음식 섭취를 통한 인 철 비타민A 티아민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등 영양소 섭취 비율은 권장섭취비율(100%)을 초과하고 있다.

유일한 예외가 비타민C이다. 2010년 조사 때 남녀 모두에서 권장섭취비율을 초과했던 비타민C의 남성 섭취율이 97%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10~20대 등에서 과일 및 야채 섭취가 줄어 들어 섭취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타민C 섭취비율이 감소했지만 음식이 아닌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비타민C를 섭취하고 있어 실제 섭취율은 국민건강통계보다 2,3배 높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복용하고 있는 식이보충제. 하지만 야채, 과일 등을 골고루 섭취하면 식이보충제를 따로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 10명 중 4명이 복용하고 있는 식이보충제. 하지만 야채, 과일 등을 골고루 섭취하면 식이보충제를 따로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칼슘·비타민D 보충제 먹어야 하나

칼슘, 비타민D보충제의 경우에는 건강을 위해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자제론’까지 나오고 있다. 2013년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권고안을 통해 “골다공증이나 비타민D 결핍이 없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성인 남성과 폐경 전 여성에서 골절 예방을 목적으로 한 칼슘ㆍ비타민D 보충요법의 이로움과 해로움의 균형을 평가할 만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하면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하루 1,000mg이하 칼슘과 400IU 이하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USPSTF는 또 심혈관 질환과 암 예방을 위해 베타카로틴과 비타민E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종합비타민도 심혈관 질환과 암 예방에 이롭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칼슘보충제 복용이 심근경색에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2010년 영국 의학저널(BMJ)은 2007년까지 44년 간 발표된 총 15편의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7편의 임상시험 결과에서 칼슘보충제를 복용하면 심근경색증 위험성이 27%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한가정의학회도 골다공증이 없는 폐경 후 여성은 저용량 칼슘ㆍ비타민D보충제 복용을 삼가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조정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음식이 아닌 약재를 통해 비타민 등을 복용했을 때 인체에 유의한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고 복용을 삼가라는 권고안까지 발표됐기에 관련 보충제를 가급적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건강에 도움을 줄 수도, 안 줄 수도 있다?

현재까지 효능과 안전성과 관련 논란이 가시지 않은 식이보충제를 '국민건강식품'으로 등극시킨 건강기능식품제도도 문제다. USPSTF가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는 골절 예방 효능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골다공증 발생 위험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인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기능식품을 ▦질병발생 위험감소 기능 등급 ▦생리활성기능 1~3등급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는 건강기능식품 중 기능이 가장 우수한 등급인 질병발생 위험감소기능 등급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명 교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가 기능성이 가장 우수한 등급에 포함된 것은 문제”라며 “식약처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최신 연구결과를 검토해 건강기능식품제도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 의학전문지 랜싯(THE LANCET)은 지난해 1월 '비타민D 보충제 사용은 골밀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발표했다.

애매모호한 생리활성기능 정의도 손봐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지적이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들을 ▲기억력 개선 ▲혈당조절 ▲혈압조절 ▲치아건강 등 30가지의 생리활성기능이 가능하다고 분류했지만 이마저도 생리활성기능 등급(1~3)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일례로 특정 건강기능식품이 ‘기억력 개선’ 기능이 있다 해도 1등급이면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고, 2등급이면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며, 3등급이면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적용 시험이 미흡한 제품’으로 각각 분류된다.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는 소비자 중 이런 등급의 존재를 인지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생리활성기능 1등급에 해당되는 성분이 글루코사민 대두이소플라본 루테인 지아잔틴 가르시니아캄보지아 폴리감마글루탐산 폴리코사놀 등 7종류뿐이라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의 대명사라 할 홍삼은 생리활성화기능 2등급이다. 식약처 등급분류에 따르면 홍삼은 면역력 증진, 피로개선,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흐름,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다. 명 교수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뒤집으면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이러한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른 채 건강기능식품을 소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타민제 중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비타민C 보충제의 효능도 논란 대상이다. 박 교수는 “비타민C 보충제가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해 많은 사람들이 예방차원으로 섭취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인체에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며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영국의 국제적 비영리연구단체인 코크란연합이 2010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29편의 임상시험데이터를 메타분석을 한 결과, 예방적으로 비타민C 보충제를 하루에 200mg 이상 복용한 사람과 복용하지 않은 사람과 감기빈도에 차이가 없었다. 박 교수는 “다만 극심한 육체노동을 한 사람이나 운동선수 등을 관찰한 일부 연구에서 감기이완기간이 짧아졌다는 결과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비타민C 1일 권장섭취량도 현실적이지 못하는 지적도 나왔다. 명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비타민C를 1일 100mg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WHO는 성인은 1일 45mg, 임신여성은 55mg, 수유여성은 70mg를 각각 권장하고 있다. 미국 의학협회의 권장량은 성인남성은 1일 90mg, 여성은 75mg, 수유여성은 120mg씩이다. 영국 음식표준국은 성인의 경우 1일 40mg 정도 비타민C를 음식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비타민C 보충제는 해가 될 수 있어 1일 1000mg 이상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진시황제처럼 쉬운 건강법 모색

현대인들이 식이보충제로 건강을 유지하려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소 건강관리에 부실했을 것이라는 불안심리 때문이라는 게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조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대표되는 식이보충제 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평소 건강관리를 못한 불안감과 죄책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중의 욕구 때문”이라며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불노초를 구하려 한 것처럼 현대인들은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의학적으로 인체에 유의 하다는 검증이 되지 않은 식품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야채와 과일 등을 매일 꾸준하게 섭취하는 것이 현명한 건강관리”라고 했다. 명 교수는 “천연 영양물질과 화학구조가 같다고 해서 효능이 동일할 수 없다”며 “부작용과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식이보충제에 의존하지 말고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건강을 실천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WHO는 건강을 위해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하루 400g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평소 식단에 적용하면 김치를 포함, 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1조7,920억원에 달한다. 올바른 식습관을 지키지 못한 대가치고는 너무도 큰 액수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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